국가유산청장 "공동 등재 사실상 어려울 전망"
한국 '한지'도 등재 권고 예상
남북이 함께 태권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리려던 구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북한이 단독으로 등재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일 소셜미디어에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가 유네스코 평가기구의 '등재 권고'를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권고 판정이 뒤집힌 사례는 드물다. 심사 결과는 3일 공개될 예정이다. 최종 결정은 12월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가 내린다.
공동 등재가 어려워진 배경에는 신청 시기의 차이가 있다. 북한은 2024년 3월 신청서를 냈지만, 한국은 공동 등재 가능성을 살피다 올해 3월에야 서류를 제출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주요 업무 계획에 남북 공동 등재 추진을 명시해 둔 상태였다. 지체하는 사이 북한이 앞서 나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 청장은 당면한 남북 관계 등 여러 여건을 이유로 공동 등재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라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동 등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남북은 2018년 씨름을 공동 등재한 바 있다.
공식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에 먼저 입장을 낸 시점을 두고는 책임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국민들의 실망과 질책에 미리 사과드리려는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허 청장은 북한이 먼저 등재해도 태권도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확장 등재나 단독 등재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확장 등재도 신규 등재처럼 평가와 심사를 거쳐야 하고, 이미 등재된 종목은 등재국 동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허 청장은 한국이 신청한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도 등재 권고를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확정되면 한국의 인류무형유산은 스물네 건으로 늘어난다. 2028년에는 '인삼문화'가 평가 대상에 오른다.
반면 북한은 태권도가 더해지면 인류무형유산 여섯 건을 보유하게 된다. 최근 문화·자연·무형·기록유산을 가리지 않고 유네스코 등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실리'와 '선점 전략'을 주된 배경으로 꼽는다. 유네스코 브랜드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 외화벌이에 나서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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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통성을 둘러싼 경쟁은 과거 등재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이 2012년 '대한민국의 아리랑'을 올리자 북한은 2014년 '북한의 아리랑'을 뒤따라 등재했다. 한국이 2013년 '김장 문화'를 등재했을 때도 북한은 2015년 '김치 만들기'를 별도로 올렸다. 한복 등재에 앞서 2024년에 '조선 옷차림 풍습'을 먼저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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