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집값 떨어진다고 했는데…'노도강' 월세는 100만원 돌파
서초 제외 서울 24개 자치구 월세 역대 최고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66만1000원
중랑구만 100만원 밑돌아
보증금은 두고 월세만 올리는 반전세 늘어
잠실엘스 84㎡ 보증금 1억원 월세 520만원
강남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사이 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 가파르게 치솟아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원, 도봉, 강북 등 외곽 지역마저 '월세 100만원'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떨어진다며 시장 안정화를 자신했지만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주거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증금 보다 매달 지출되는 월세 증가율이 두드러지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주거비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1% 올랐다. 연립·다세대 평균 월세도 같은 기간 7.4% 오른 68만원을 기록해 아파트와 빌라 나란히 2015년 7월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이 지난 9월 역대 최고 월세를 기록했다. 전월인 8월 25개 구 전체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한 달 만에 24개 구가 또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초구에서는 8월 래미안트리니원과 9월 디에이치방배 등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늘어난 임대 물량이 월세에도 조정 압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성동·강북·도봉·서대문·동작구 5곳은 1년 전 대비 평균 월세보증금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월세만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외곽 지역까지 월세 인상분이 몰리면서 서울 25개 구 중 아파트 평균 월세가 100만원 아래인 곳은 중랑구(98만9000원) 한 곳만 남았다. 반면 평균 월세 200만원을 넘는 자치구는 1년 전 4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최근 1년 새 광진구가 23.3%, 송파구가 22.4% 급등했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일대에서도 신축이나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매달 250만~300만원을 내는 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빌라 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5대 생활권역 단위로 집계하는 빌라와 오피스텔 월세는 지난 9월 5대 권역 모두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증금은 내리거나 그대로인 상태에서 월세만 올랐다. 종로·용산·중구가 속한 도심권은 1년 새 보증금이 0.8% 줄고 월세는 9.8% 뛰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있는 동남권과 동북·서북권·서남권도 보증금은 소폭 변동에 그친 반면 월세만 7%대 오름세를 보였다.
월세가 뛰는 동안 보증금은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9월 평균 월세 보증금은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모두 1년 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보증금은 두고 월세만 올리는 반전세가 늘어난 영향이다. 대출 규제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올릴 목돈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집주인들도 보증금 이자 대신 현금을 선호해 임대료 인상분이 월세로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월세 비중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에서 기존 전세를 월세(준전세·반전세 포함)로 바꾼 갱신 계약 427건 중 보증금을 종전대로 유지하거나 올리면서 월세를 추가한 계약은 370건(86.7%)에 달했다. 보증금 유지·인상 비중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79.2%) 대비 7.5%포인트 높아졌다. 기존 월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월세를 올린 2165건 중에서도 보증금은 유지한 채 월세만 높인 계약이 1701건(78.6%)을 차지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세입자는 지난 9월 보증금 1억원을 유지한 채 매달 내는 월세를 370만원에서 520만원으로 150만원 올려 재계약했다. 같은 구 리센츠 전용 84㎡ 세입자도 보증금 7억원을 두고 월세를 136만원에서 270만원으로 134만원 더 내기로 했다. 광진구 구의현대2단지 전용 84㎡ 세입자는 기존 전세 보증금 6억3000만원을 유지한 채 매달 110만원을 새로 내는 반전세로 갱신했고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11억원에서 15억원으로 4억원 올리고 월세 80만원을 새로 부담하게 됐다.
전세가 귀해지고 월세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무주택 세입자가 종잣돈을 모으기도 어려워졌다. 올해 1~9월 서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아파트가 52.7%로 처음 절반을 넘겼고 빌라 등 비아파트는 78.2%에 달했다.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연 환산 이율인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도 지난 8월 연 4.8%로, 2023년 8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셋값이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오른 아파트에서 세입자가 인상분 1억원을 월세로 돌려 연 4.8%의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할 때 1년에 480만원, 매달 40만원을 낸다는 의미다. 집주인에게 올려주지 않은 1억원을 은행에 예금해 연 350만원(금리 3.5%) 이자를 받더라도 보증금 7억원을 내고 전세로 살 때보다 연간 130만원이 더 드는 셈이다.
정부 정책은 매매 시장에 집중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주요 지역 실제 거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주택가격 전망을 두고 폭락을 걱정하는 쪽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객관적 데이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무주택 서민의 삶과 직결된 전·월세 급등과 주거비 부담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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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정부는 고가 아파트 매매가만 쳐다보고 있지만 서울 전월세 거래의 약 80%는 보증금 6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라며 "전세 보증 축소와 역전세 여파로 기존 주택이 경매에 묶이고 신규 공급마저 끊기면서 청년과 서민이 쫓겨나듯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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