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학술지, 국내 피인수기업 144곳 분석
인수 당해·5년 뒤 고용 증가율 오히려 높아
한국은 '대규모 해고 빈발' 美사모펀드와 달라

"인수 직전인 2022년 말 2291명이던 국내 근로자는 올해 상반기 2735명으로 444명 늘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27일 오스템임플란트 인력 감소 주장에 대해 내놓은 설명이다. 하루 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금속노조 오스템임플란트지회는 "최근 1년간 정규직 368명이 회사를 떠났다"며 MBK에 책임을 물었다.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하면 일자리의 양과 질이 나빠진다는 주장은 되풀이되는 이슈다. 홈플러스에서도 노동자 수 감소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진다. PEF가 인수한 기업에서는 정말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까. 최근 국내 데이터로 이를 따져본 논문이 금융감독원 학술지 '금융감독연구(제13권 제2호)'에 실렸다.

한국 PEF 피인수기업, 유의미한 고용 감소 없었다

'사모펀드가 사들인 기업 일자리 줄었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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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금감원 선임조사역과 로즈마리 뱃 미국 코넬대 교수는 나이스평가정보의 기업 데이터베이스(KISVALUE)를 활용해 PEF가 지분 50% 이상을 3년 넘게 보유한 기업 144곳과 일반 기업 3만1000여 곳의 고용 증가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05~2019년 PEF 피인수기업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고용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고, 인수 당해연도와 5년 뒤에는 일반 기업보다 고용 증가율이 오히려 높았다.


연구진은 PEF의 공격적 금융기법을 제약하는 한국의 엄격한 규제 환경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한국은 PEF에 대해 투명성 확보, 보고 의무, 공격적 금융공학 전략 제한 등 강한 규제를 두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 환경이 피인수기업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사업모델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피인수기업에 인수 차입을 얹는 차입매수(LBO)와 배당 재원 마련용 추가 차입, 자산 매각 후 재임대 같은 금융공학 기법이 활발해 재무 악화와 대규모 해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한국은 인수 차입을 펀드 차원에 두도록 하고 공시 의무가 강하며,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가 금지되고 파산 시 임금과 퇴직금이 우선 변제된다. PEF가 단기 자금 회수보다 운영 개선과 매출 확대로 수익을 낼 유인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과거 외국계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을 지배하던 시기에는 구조조정 등이 핵심 전략이 되던 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국내 PEF 시장이 성장하고 토종 PEF도 등장한 이후에는 비용 절감보다는 매출 성장 중심, 밸류업 중심의 전략이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국회 PEF 규제 법안 14건 규제 계류…"단순히 손발 묶는 규제 돼선 안 돼"

'사모펀드가 사들인 기업 일자리 줄었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원본보기 아이콘

국회에는 PEF를 직접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14건이 계류 중이다. 차입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안, 차입·자산매각·배당 보고 의무 확대, 인수 시 근로자 대표에 대한 고용 영향 통보 등이 담겼다. 법안 병합·폐기 등 과정에서 어떤 법안이 살아남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의 요지만으로도 사모펀드 업계는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제도 도입 20년을 맞은 상황에서 PEF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묻는 기회는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사모펀드 악마화'에 기반해 단순히 손발을 묶는 차원의 일방적인 규제는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작용만 남길 것"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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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PEF운용사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연차총회에서 협의회를 해산하고 '한국프라이빗에쿼티연합회'(가칭)로 전환하는 안을 가결했다. 내년 1월 업무 개시가 목표다. 협의회는 앞서 자율규제 체계 마련과 국회·당국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고용의 관계의 관해서는 이미 선행 연구도 많고 각사도 여러 차례 관련 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사모펀드에 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출범할 협회가 일방적 규제에 맞서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고용과 책임경영 등에서도 목소리를 선제적으로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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