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민 모욕" 비판에 재반박
무학대사·이성계 선문답 한자로 인용
"말의 품격은 통찰의 깊이에서 나와"

이재명 대통령이 2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언어 품격을 문제 삼자 "한문을 둘러야만 권위가 생긴다고 믿는 기묘한 분별심"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선문답을 인용한 것인데, 같은 표현이라도 한문으로 쓰면 품격이 있고 한글로 쓰면 격이 떨어지는 것이냐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청에 도착, 사전 회담장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11.02 윤동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청에 도착, 사전 회담장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11.02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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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돈안지유돈 불안지유불(豚眼只有豚 佛眼只有佛)'이라는 한자 구절을 올리고 "무학대사와 이성계 간 고담준론의 한 부분이다. 심오한 의미가 깃든 선문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대로 인용했으면 별말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라고 똑같은 말을 한글로 표현하니 격 떨어진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마이동풍, 조족지혈, 우이독경은 어떻습니까"라며 "소 닭 말을 언급했으니 이것도 한글로 표현하면 격 떨어지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같은 말인데도 한문을 둘러야만 권위가 생긴다고 믿는 기묘한 분별심"이라며 "말의 품격은 그릇이 된 글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통찰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껍데기만 좇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과 김혜경 여사의 동행 등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14차례에 걸쳐 23개국을 방문했다며 순방의 실질적인 성과와 비용을 따져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관광, 쇼핑, 음주·가무는커녕 높은 강도의 사전 준비, 장시간 비행과 한나절도 빼지 않는 빽빽한 공식업무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특히 "높은 업무 강도로 수시로 링거주사 맞으며 코피 터지는 해외순방조차도 놀러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국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깎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돼지에까지 빗대는 오만함을 드러냈다"며 "정당한 비판에 확실한 성과로 답하기는커녕 목소리를 높여 국민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쏟아내는 것이 과연 대통령의 품격 있는 행동이냐"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본인을 비판하는 국민은 전부 돼지로 보이냐"고 반문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과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정상외교 예산을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던 점을 거론하며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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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일부 문화·친교 일정을 부각해 정상외교의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고 맞섰다. 외교부 역시 전체 일정과 실질적인 성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장면만으로 순방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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