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이오카스테’·서울문화재단 ‘화염’
고대 테베·현대 전쟁터의 이오카스테 그려
그리스 신화를 대표하는 비극적 인물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를 조명하는 연극 두 편이 잇달아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국립극단이 지난달 2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공연하는 '이오카스테'와 서울문화재단이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오는 14일부터 12월6일까지 선보이는 '화염'이다.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의 운명을 끝내 피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이오카스테는 남편 라이오스를 잃은 뒤 새 남편으로 맞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진실을 확인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두 눈을 찌른 뒤 이오카스테의 남동생 크레온에게 자신을 테베에서 추방해 달라고 요청한다.
국립극단 '이오카스테'는 독일 현대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작품이다. 쉼멜페니히는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아이스킬로스의 '테베 공격 일곱 장군'과 에우리피데스의 '포이니케 여인들'을 바탕으로 '이오카스테'를 썼다. 두 작품은 모두 오이디푸스 이후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테베의 왕위를 놓고 벌이는 권력 투쟁과 전쟁을 다룬다.
특히 에우리피데스의 '포이니케 여인들'에서 이오카스테는 자신이 아들과 결혼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안 뒤에도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다른 비극이 그를 기다린다. 오이디푸스 이후 왕위를 놓고 대립하는 두 아들 사이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지만, 욕망에 사로잡힌 형제는 끝내 무력 충돌로 치닫는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서로를 죽이고, 두 아들의 죽음을 목도한 이오카스테도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쉼멜페니히는 이 같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안트로폴리스' 5부작을 썼다. '이오카스테'는 네 번째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지난해부터 '프롤로그/디오니소스'와 '라이오스' '오이디푸스'를 공연했고 '이오카스테'에 이어 오는 12월 마지막 작품 '안티고네/에필로그'를 공연하며 5부작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눈이 먼 오이디푸스를 부축하며 함께 길을 떠난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의 '화염'은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비극을 현대의 전쟁 속으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이다.
'화염'은 레바논 태생 캐나다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가 2003년 발표한 작품이다. 무아와드는 1968년 레바논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내전이 발발해 조국을 떠났고 프랑스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했다. 무아와드는 레바논 내전(1975~1990)에서 착안해 희곡 4편을 썼으며 그 중 화염이 가장 유명하다.
극의 주인공 나왈은 현대판 이오카스테를 떠올리게 한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나왈은 난민촌의 무슬림 청년 와합과 사랑에 빠져 아들 니하드를 낳는다. 종교와 신분 차이를 이유로 둘의 관계를 반대한 가족은 와합을 살해하고, 갓 태어난 니하드를 나왈에게서 빼앗아 고아원으로 보낸다. 가족의 수치라는 비난을 받은 나왈은 가족과 고향을 떠나 홀로 도시로 향한다.
이후 전쟁이 발발하고, 나왈은 니하드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니하드를 맡긴 고아원은 이미 폭격으로 폐허가 된 상태다. 나왈은 아들을 찾아 전쟁터를 헤매고 끝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나왈은 수용소의 고문관 아부 타렉에게 성폭행 당해 쌍둥이 남매 잔과 시몽을 낳게 된다.
극은 나왈의 사후 잔과 시몽이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잔과 시몽은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한 끝에 어머니 나왈을 성폭행한 아부 타렉이 바로 나왈이 잃어버린 아들 니하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잔과 시몽은 자신들이 찾던 아버지와 형제가 같은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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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와드의 '화염'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듄' 시리즈로 잘 알려진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는 2004년 연극 '화염'을 본 뒤 깊은 충격을 받아 영화화를 결심했다. 2010년 동명의 영화를 발표했고, 국내에서는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영화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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