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지하철이나 도로, 임대주택 건설과 같은 공공사업들이 예정된 시기를 지나서까지 완공되지 못한 채 멈춰 선 사례가 많이 있다. 제각각의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공사업은 계획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시작할 때는 타당했던 계획이 시간이 지나 현실과 맞지 않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거나 물가가 크게 올라 당초의 계약금으로는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원래의 계획만 고수하거나 사업을 중단하기보다 달라진 현실에 맞게 사업을 정상화할 새로운 길을 찾는 일이다. 법령이 허용하고 공익에도 부합한다면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직자가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다.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되거나 사업을 살리려는 판단이 특혜와 예산 낭비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이 선뜻 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정을 미루는 사이 비용은 늘어나고, 국민은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법절차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을 감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수 있는 제도가 감사원의 사전컨설팅이다. 사전컨설팅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일을 하다가 법령 해석이나 처리 방향에 관해 판단이 어려운 경우 감사원에 의견을 구하고 그에 따라 처리하면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이다. 공직자가 혼자 책임을 떠안는 부담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사전컨설팅이 제대로 활용된다면 공공사업이 처한 난관을 관련 기관들과 감사원이 함께 고민하고 투명하게 다룸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공무원은 소신 있게 결정하고, 사업시행자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국민은 공공사업의 혜택을 더 빨리 누릴 수 있다.
다만 이 제도의 진정한 가치는 판단이 어려운 공공의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데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적극행정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해서 단순히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공공사업의 책임성과 투명성 원칙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컨설팅 신청기관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감사원이 결론을 내리기 전에 관계 행정기관에 의견을 묻고, 컨설팅 내용과 결론을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이러한 점에서 컨설팅을 신청하는 기관은 막연히 감사원에 판단과 책임을 미루기보다 사업을 정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충실하게 검토하고 법적, 현실적으로 가능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연될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당초 계약과 변경하는 경우의 비용과 공익적 효과는 어떠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실효성 있는 컨설팅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컨설팅을 신청하고 있고, 감사원은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컨설팅 사례가 축적되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제도가 우리 사회의 공적인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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