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속도'보다 '검증 역량' 필요
입증된 범위부터 단계적 도입
업데이트 후 감시체계 갖춰야

[산업의 맥]테슬라 FSD 허용의 조건은 '안전을 입증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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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가 내놓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 이른바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둘러싼 논쟁이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우리나라에서도 불씨가 지펴졌다. 테슬라가 이 기능과 관련해 우리나라에도 기술특례를 신청한 사실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 업계, 사회가 고민해 봐야 할 거리가 던져진 순간이다.


이 문제는 같은 브랜드에서 만든 자동차라도 생산지에 따라서 그 기능과 이용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촉발됐다. 이에 관한 소비자의 불편과 형평성 문제는 정부가 설명,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판단 기준은 단순히 생산지에만 두는 것은 난센스다. 국내 도로에 배포해야 할 기능은 무엇이고, 그로부터의 안전을 누가 어떤 자료로 입증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심사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감독형 FSD'는 운전자가 계속 도로를 살피고 즉시 개입해야 하는 운전자 보조기능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 문서를 통해 이를 '레벨2' 수준으로 명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조향과 가·감속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운전자를 수동적인 승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FSD라는 이름 때문에 이러한 불완전함이 가려지거나 무시돼서는 안 된다.


네덜란드 도로교통국(RDW)은 지난 4월10일 FSD 승인 내용을 설명하면서 당시 효력이 자국에만 한정된다고 밝혔다. 미국판과 유럽판의 소프트웨어·기능도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다는 내용도 덧붙여 명시했다. 유럽의 국가별 허용 확대와 유럽연합(EU) 전역의 승인, 한국 등 이외 국가의 생산 차량에 대한 적용 판단은 각각 다른 절차란 의미다.

특례에도 입증이 필요하다고 정한 유럽 제도의 원칙은 우리가 배울 만하다. 구체적으로는 EU 규정 2018/858 제39조가 기존 규정과 맞지 않는 신기술에 대해 동등 이상의 안전 수준을 확보할 조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험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특례는 기준을 비워 두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테슬라 FSD 후진하는 장면

테슬라 FSD 후진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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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위반 잡아내는 테슬라 F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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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검토할 법적 경로가 있다. 자동차규칙 제114조 제13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안전기준 인정을, 같은 조 제15항은 장관이 인정하는 첨단미래형 자동차 등에 대한 외국 기준 적용을 규정하고 있다. 제114조의2에는 새로운 장치에 관한 특례가 있다. 조항이 있다고 해서 FSD 허용 결론이 당연히 나오진 않는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어떤 증거로 요건 충족을 판단할지를 제시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검증 공백과 생산지별 격차는 이러한 심사 경로를 명확히 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테슬라의 기술특례 신청 이전의 논쟁을 반복하기보단 접수 대상과 보완 자료, 시험 계획과 판단 일정을 공개해야 할 때다. 특히 정부의 설명 책임과 기업의 안전 입증 책임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확인해 봐야 할 시험대상은 미국의 'PE25012' 조사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이 조사는 신호 위반과 반대 차로 진입 등의 문제를 다룬다. 지난 3월 개시된 'EA26002'는 시야가 나빠졌을 때 인식 성능 저하를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제때 알리는지를 조사하는 절차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회전 횡단보도와 복잡한 교차로, 임시공사 차선, 역광과 폭우 같은 상황에서 차와 운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차 운전의 실패를 사람에게 넘기기 전에, 사람이 실제로 위험을 인지하고 통제할 시간이 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감독을 요구하면서 감독할 여유조차 주지 못한다면 주의하라는 경고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고가 적다는 테슬라의 주장도 집계 정의부터 확인해야 한다. 기능이 켜진 거리인지, 해제 직후 사고는 포함했는지, 일반 운전과 도로·날씨 조건이 같은지를 알아봐야 한다. 같은 자료를 여러 언론이 인용했다고 독립된 검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시험기관이 자료 원본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해법은 검증을 통해 확인되고 입증된 범위부터 차례로 도입하는 것이다. 차량과 소프트웨어 버전, 허용 도로와 기능을 특정하고 업데이트된 뒤에도 성능을 감시해야 한다. 법적 근거에 따라 위험 기능을 제한하고 시정을 요구할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이미 운행 중인 차량과 국내외 다른 기업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혁신을 받아들이는 규제의 역량은 허용 속도와 함께 위험을 발견하고 바로잡을 능력으로 평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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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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