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예산안 신경전
지방 공무원까지 수백명 몰려

11월 초 관가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부처 간 신경전에 앞서 여의도 일대 숙소 확보 경쟁이 벌어진다. 2일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9일 부처별 심사, 16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까지 이어지는 예산 정국은 통상 한 달 가까이 지속된다.


예산 심사에서는 한 항목의 숫자만 바뀌어도 관련 사업과 전체 예산 규모, 재원 배분 등을 연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특정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획예산처 예산실 인력이 대거 국회 인근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한편, 삭감·증액 요구가 들어오면 부처 내부와 협의해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사무관들도 담당 사업 관련 질의에 대비해 국회 인근에서 대기한다. 한 달간 숙박을 예약하는 예산실 인원만 18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관가in]예산 심사 앞두고 국회 앞 '한달살이'…180여명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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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기획처 예산실뿐 아니라 전 부처 예산 담당자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까지 수백 명이 여의도로 몰린다. 지역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실을 찾아야 하는 인원도 적지 않다. 부처가 호텔을 일괄 계약해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방을 예약하고 영수증을 제출해 출장비를 정산받는다. 숙박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 여비 규정상 서울 출장 숙박비 상한은 1박당 10만원 안팎이지만, 이 기간 여의도 일대 비즈니스호텔 객실 요금은 10만~15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호텔과 개별 협의해 할인 객실을 구하거나 공무원 할인 혜택을 찾아야 한다. 기획처 한 사무관은 "국회 근처 장기 투숙 할인이 되는 곳을 찾지 못하면 차액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인근 호텔부터 예약이 차면 숙소는 영등포 등 주변 지역으로 밀려난다. 국회와 거리가 멀수록 출퇴근 시간도 늘어난다. 낮에는 회의장과 사무공간을 오가며 자료를 만들고 의원 질의에 대응하다가 심사가 늦어지면 자정 가까이 국회에 남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해 예산 정국에서 한 달가량 여의도 인근에 머문 한 과장은 "숙소에서 국회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렸지만, 밤늦게 일을 마치고 잠만 자러 가는 처지라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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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전쟁은 매년 예산 심사 철마다 반복된다. 국회와 정부 부처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데다 심사 일정도 길어 공무원들의 서울 체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공무원들의 숙박 부담은 줄겠지만, 이번에는 국회 보좌진과 관계자들의 서울 체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연말에 예산 심사가 집중되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9월 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한 달 이상 심사 진척이 더디다가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앞두고 심사를 서두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예산안 심사 기간을 늘려 부처별 검토와 쟁점 조정을 앞당기고 연말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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