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단 20분 만에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가 탈취된 일은 충격적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다. 피해액은 지난해 북한 대외 수출액(4억7000만달러)의 12배를 넘는다. 북한은 평소 8000여명 규모의 해커부대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을 국민 자산과 국가 안보를 함께 위협하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국제 공조와 보호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은 해킹을 정보 탈취를 넘어 제재를 피해 외화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삼아 왔다. 미국의 한 블록체인 분석 업체는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의 89%가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해킹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탈취한 가상자산을 세탁해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 29일 자폭 드론을 공개했고, 31일에는 전술탄도미사일용 집속탄두를 시험했다. 군사 위협을 억제하려면 무기 개발 자금이 탈취·세탁·현금화되는 경로부터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시 국제공조 체계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은 순식간에 여러 나라와 거래망을 거치므로 한 나라의 추적만으로는 회수가 어렵다. 각국 수사기관과 거래소, 발행사, 분석 업체가 의심 지갑 주소를 신속히 공유하고 거래 차단과 동결을 연계해야 한다. 주소가 바뀌어도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할 인력과 기술 투자도 필수다.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불공정거래나 이용자 자산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국가 차원의 조직적 침투와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세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가상자산거래소 보안수준을 금융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고객 자산을 지킬 충분한 준비금과 배상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손해배상 책임과 사고 보고 의무도 법에 명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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