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민원에 계주 취소" 온라인서 논란
"악성 민원에 굴복", "비정상" 반응 잇달아
학교 운동장 소음 112 신고 7년 새 5배

대표 주자까지 뽑아둔 초등학교 운동회 계주가 한 학부모의 안전 민원으로 취소됐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 연합뉴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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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주자 뽑았는데 위험하다 한마디에 취소"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초등학생 자녀와 아버지의 대화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에서 아이는 "오늘 어떤 학부모가 계주 위험하다 해서 취소됐다"며 아쉬워했고, 아버지가 "계주할 사람 다 뽑지 않았느냐"고 묻자 "맞다.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들은 것 같다"고 답했다. 작성자 A씨는 "대체 계주가 뭐가 위험하냐"며 "저도 걱정 많은 엄마지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A씨가 올린 SNS 투표에는 응답자 2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계주가 위험하지 않다는 답변이 99%를 기록했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넘어질까 봐 달리기도 못 하게 하느냐", "학교가 악성 민원에 너무 무기력하게 굴복한다",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대회로 인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만든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대회로 인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만든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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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를 둘러싼 학부모 민원은 학교 현장의 오랜 부담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꼴등 해서 상처", "선크림 발라달라" 같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사 중 사고가 나면 교사가 법적 책임을 떠안아 운동회 자체를 꺼리는 학교도 늘고 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동회를 앞두고 학생들이 "죄송합니다, 조금만 놀게요"라고 쓴 손글씨 포스터가 공개되기도 했으며, 경쟁을 줄인다며 모든 학생이 공동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게 하거나 박수와 함성을 자제시키는 '음소거 운동회' 후기도 올라왔다.


소음 민원으로 운동장 활동 중인 학교 증가


소음 민원으로 운동장 활동을 줄인 학교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서울·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8곳 중 1곳(12.4%), 부산은 3곳 중 1곳 이상(34.7%)이 운동장에서의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교육부 조사에서는 전국 초등학교 6189곳 중 287곳(4.6%)이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축구·야구 등 일부 구기 활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신고도 크게 늘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운동회 등 학교 운동장 행사 소음 관련 112 신고는 지난 2018년 70건에서 지난해 350건으로 5배가 됐다. 이 가운데 345건(98.6%)은 순찰차가 실제로 학교에 출동했다. 앞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민원인이 여러 명이라기보다 한 명이 지속적으로 112에 신고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5월 전국 시도경찰청에 "초·중·고교 운동회 관련 단순 소음 신고는 출동을 최대한 지양하라"고 지시했다. 단순 신고는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전화로 민원을 안내한 뒤 종결하는 방식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SNS에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운동회 소음 등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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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있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1년 어린이집과 놀이터 등에서 아이들이 내는 소리를 원칙적으로 환경에 해로운 소음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당시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은 "아이들의 소리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해 아이 친화적인 사회를 향한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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