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고·취업난 속 군복무 논란
독일 기성세대 대부분 군대 안가
주말과 핼러윈이 겹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에서는 반전 시위가 열렸다. 독일 전역에서 고등학생을 비롯해 청년 18만명이 모여 징병제 부활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독일 정부가 징병제 부활 방침을 발표하고 신체검사 의무화를 재개한다고 밝히자 집회를 이어왔다. 특히 이번 시위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으로 번진 Z세대(1997~2011년생) 시위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독일의 Z세대들은 기성세대들만을 위한 나라는 지킬 생각이 없다며 군 복무를 거부하고 있다. Z세대들은 취업과 결혼은 꿈도 못 꾸고 개인의 생존도 어려운 판에 군대까지는 갈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러시아에 항복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독일 정부가 제시한 군 복무 인센티브도 불만을 더 키웠다. 독일 정부는 군 입대시 월급 2600유로(약 387만원)과 1년 이상 복무 시 운전면허 취득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600유로는 독일 대기업 근로자 평균 월급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름값 폭등에 차량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 유럽에서 운전면허 취득 지원은 오히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의 소재가 됐다.
특히 독일 Z세대들이 더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군 복무 의무화를 추진 중인 기성세대들 중 실제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군 복무기간을 6개월로 단축했고, 각종 대체복무제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실제 군대에 간 사람은 병역 대상자의 30%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2011년에는 징병제가 아예 폐지되면서 군대는 직업군인들만 가는 곳이 됐다. 정작 예비군도 안가본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의무 복무를 강요한다며 더욱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청년들의 반전시위 논란은 남성에 이어 여성까지 의무 징병제 검토에 나선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각종 민생고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손에 쥐어주지 못한다면, 징병제 유지는 어려울 것이란 교훈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