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과 소득 하위 20% 저소득·취약계층 가운데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이른바 '생계형 대출' 비중이 나란히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금리 상승기에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급격히 키우는 만큼, 생계용 신용대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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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하위 20% 절반 가까이 '생활비 대출'…소득 1분위도 역대 최고

2일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하위 20%인 1분위의 신용대출 용도를 조사한 결과 '생활비 마련'이 4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7년 33.4%에서 2019년 33.1%로 소폭 줄어들었으나 2021년 40%(41.9%)를 처음 돌파한 뒤 최근 2년 연속 확대 흐름을 이어갔다.


생활비 마련 목적의 신용대출 비중은 자산 2분위(32.5%)와 3분위(27.3%)에서도 전체 용도 중 가장 많았다. 자산 2분위는 2020년(32.5%) 이후, 3분위는 2019년(28.8%)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자산 4분위는 '사업자금 마련'(29.7%)이 1위였고 생활비는 23.1%로 뒤를 이었다. 자산 상위 20%인 5분위는 생활비 비중이 15.1%로 크게 줄어들며 사업자금 마련(34.0%),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 마련(16.8%), 기타 용도 등(16.8%)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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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계층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생활비 마련 목적 신용대출 비중은 38.2%로 전체 용도 중 가장 컸으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직전 최고치였던 2024년의 34.5%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소득 2분위 역시 생활비 마련 비중이 32.2%로 2017년 이래 가장 높았고 전체 용도 중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 3분위부터 5분위까지는 생활비 마련보다 사업자금 마련 목적의 비중이 더 높았다.

신용대출 고금리 덫…사금융 전락 위험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어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담보대출보다 이자가 높게 책정된다. 특히 최근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신용대출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이 담보대출 차주보다 훨씬 가파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산과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은 부도율이 높아 평균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을 끌어다 쓴 취약계층이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의 늪에 빠질 수 있으며, 제도권 금융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도 크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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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금융 의존 벗어나 정부 직접 지원·보증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생계형 대출을 시장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공적 안전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취약계층이 생활비로 빌리는 대출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금리가 높아지면 취약계층은 더 빚을 갚기 힘들어지고, 빌려준 금융기관 입장에선 부실 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계층은 개별적으로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게 하기보다는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향이 맞는다"며 "재정이 너무 많이 든다면 최소한 서민 대출의 보증 장치를 정부가 강화해야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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