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는 서울 아파트
일시적 '숨고르기' 들어가
전문가·중개사 36명 중
16.7%만 "내년 안정될 듯"
절반 "당분간 안정 어려워"
임대차 시장 전망은 더 암울

서울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일시적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부동산 전문가와 공인중개사 절반은 당분간 서울 집값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매매 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도 불안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이르면 연내 안정을 찾을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와는 시장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강진형 기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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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가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부동산 전문가 및 일선 공인중개사 등 36명을 대상으로 '연말 이후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언제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보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6.7%만이 "내년"이라고 답했다. "올해"라고 응답한 비율이 5.6%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2명만이 정부에서 언급한 안정화 시점과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향후 집값 전망을 묻는 말에 "현재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고 연말에는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를 것으로 전망돼 주택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설문 응답자의 상당수는 그러나 2년 이상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중 50%는 가격 안정화 시점에 대해 "안정되기 어렵다"며 특정 시점을 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2029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6.7%였다.

임대차 시장 전망은 매매 시장보다 더 어두웠다. 서울 전월세 가격의 안정화 시점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47.2%가 "안정화가 어렵다"고 답했다. "2029년 이후 안정"이라고 답한 사람이 25%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이 향후 2~3년 이상 서울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이 지속되거나 구조적으로 해결되기 힘들다고 판단한 셈이다. 주택정책이 실거주 위주로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점차 사라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전문가·중개사 10명 중 1~2명만 "서울 집값 내년 안정"[연말 부동산 전망] 원본보기 아이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최근 정부가 내비치고 있는 시장 안정 기대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조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통제 등을 근거로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 가격 오름폭이 꺾이고 안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3년 동안 공급이 본격화되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응답자들이 서울 부동산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원인은 '도심 공급 부족'이다.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의 단절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비 급등과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도심 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공급 절벽'은 가시화되고 있다.

전월세 불안이 매매가를 떠받치는 악순환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례로 인해 임차인들은 계약 종료 시 원하는 시기에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불안감은 전세보다 자가 소유를 선호하는 매매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한 소유자들은 향후 매도 시 기존 매입가격과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떠안게 된다"며 "이들은 향후 매도 시 기존 금융비용을 고려해 높은 호가를 제시하게 되고, 이는 주택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세의 월세화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안전성을 강화하고,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주택 가격이 실수요자의 소득 수준에 맞게 안정될 수 있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정의하는 '시장 안정화'의 모습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주택시장이 안정됐다는 것은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40% 가까운 응답자가 '물가상승률 수준의 완만한 인상'으로, 33%가 '보합'이라고 정의했다. '거래 침체'나 '버블붕괴'라는 응답도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 의무 규제에 따른 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강력한 규제로 투기 수요 등을 억제함으로써 시장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겠다'는 접근을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3구 하락이 서울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포인트일 텐데 여전히 다른 지역 호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내년 금융규제를 비롯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이어진다면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전체 집값이 머지않은 시기에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강남지역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전망 기사를 공유하며 "자산시장 정상화를 향한 힘든 길에서 지금은 견디는 중"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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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최근 강남 집값이 떨어진 건 세제 혜택이 줄어들기에 당장 파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급매물 등을 내놓으면서 불거진 한시적 현상"이라며 "유동성이 과도하게 공급된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에 돈이 몰려서 집값이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정책으로 속도를 늦춘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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