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인 '추가세수'가 2029년 이후 끊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단년도 예산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 구상의 지속 가능성이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번 시작하면 계속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 장래 세수가 줄어들 때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물가와 금리를 자극해 취약계층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권고도 제기됐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계획중인 '미래대응기금'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계획중인 '미래대응기금'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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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세수 2029년부터 발생하지 않을 것"

1일 국회예산정책처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2029년 이후에는 (내국세 세입) 추세치가 내국세 전망을 상회하여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긴 국세수입 전망과 예정처 자체 분석 중 어느 쪽을 토대로 계산하더라도 2029년부터는 추세치가 내국세 전망을 웃돌기 때문에 추가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다.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은 장기 세입 추세치를 상회하는 조세수입을 추가세수로 규정하고 이를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중 하나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정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토대로 계산하면 2028년 57조3000억원 수준의 추가세수가 발생한 후 2029년부터는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세수의 기준이 되는 추세치는 예산연도 기준 2년 전의 내국세 실적과 당시의 세수 증가세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여서 내국세의 증가추세가 정체되거나 감소추세로 전환되는 경우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예정처는 '2027년 NABO 국세수입 전망: 2026∼2030' 보고서에서도 "추가세수는 지속적인 재원이라기보다 2027~2028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재원에 가깝다"며 "2029년 이후 미래대응기금은 추가세수로 인한 적립 없이 보조적인 재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는 시기는 세수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세수가 감소해 재정 안정화 목적으로 기금 지출이 필요한 때와 겹칠 수 있다면서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서 추가세수의 구조적인 한계를 감안해 기금 자체 사업에 대한 운용계획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추가세수 외에도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잔여 재원 및 여유자금 운용수익도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예정처의 분석을 받아들이더라도 추가세수만으로 기금의 존속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정처는 정부가 기금 여유자금 위탁 수수료(225억원)를 산정하면서 적용한 위탁 운용 자산의 연평균 잔액 75조원을 기준 삼아 연평균 수익률 4%를 가정할 경우 약 3조원의 여유자금 운용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지속 기간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금 고갈 여부가 "재원이 얼마나 계속 확보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의 전개 상황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2028년까지는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을 지난 8월 유튜브 방송에서 표명한 바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29 윤동주 기자

박찬대 인천시장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29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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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것인가 투자할 것인가…"적정 규모 국채상환 병행해야"

예정처는 반도체 호황이 가져다준 대규모 세수를 어떻게 쓰는 것이 적정한지 국가채무 관리, 미래 투자, 재정 안정화 적립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한 뒤 국채 상환에도 일정 수준의 재원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정처는 "급증한 채무를 세수 호조기에 감축하는 것이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부합하므로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정 규모의 국채 상환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세수 전액을 빚 갚는 데 쓰는 것은 국채 발행 물량을 과도하게 축소해 시장 유동성을 위축시키고, 향후 세수 여건 악화 시 대규모 발행 충격을 키울 수 있지만 적정 수준의 상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정처는 "상환 규모는 연간 만기 분포와 시장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하되, 적어도 현행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를 거쳤다면 채무 상환에 투입되었을 법정 수준(정산 후 잔액의 최소 51%)을 하나의 기준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과세수를 활용해 국채 발행량을 계획보다 5조원 줄였으며, 박 장관도 지난달 8일 국감에서 "(초과 세수를) 추가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쓸지, 향후에 다른 기금에 넣을지, 어떻게 할 것인지 향후 전반적인 상황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며 채무 관리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규모 세수를 미래 투자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예정처는 "미래투자는 중·장기적 세수 기반을 확충할 수 있으나, 일시적 재원으로 계속사업을 확대할 경우 세수가 둔화된 이후에도 지출 소요가 고착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미래대응기금 사업비 중 아동 기본수당이나 청년미래적금 등 "한번 편성되면 감축하기 어려운 지출"이 4대 사업계정 사업비 45조3625억원의 46.7%인 21조1973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안전판으로 삼는 재정 안정화 적립 역시 "완충 장치로서 위기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지만, 적립 재원이 장기간 유휴화되거나 국회의 통제 밖에서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주요 기금과 비교해서는 "재정안정화와 미래투자 기능을 결합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적립·인출 원칙이나 사업계정 전출 통제 기준 없이 다수 사업계정을 통해 일반 재정사업까지 직접 수행한다는 점에서 해외 주요 기금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별도의 재원으로 적립·운용해 미래를 위한 투자에 활용하고자 하는 정부 구상은 그 취지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면서도 "기금의 운용으로 인해 국회의 재정통제권이 약화되고 정부의 재정운용상 재량이 확대되는 한편, 국가채무 상환 등 재정건전성 개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9년 미래대응기금 ‘돈줄’ 마르나…예정처 "추가세수 절벽" 우려 제기 원본보기 아이콘

"재정지출 확대 시 물가·금리 상승…취약층 부담 가중 가능성"

거시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예정처는 "최근 경제 여건을 고려 시 2027년 재정지출 확대가 총수요를 증가시켜 물가 불안, 금리 상승 등의 경로를 통해 취약계층과 취약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전년(추경 기준)보다 67조9000억원(9.0%) 늘어난 총지출 820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예정처는 이 예산안이 "증가율 기준으로 2020∼2027년 연평균 증가율 5.9%를 3.1%포인트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취약부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출구조와 집행계획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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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재정사업에 있어서 취약계층 등 양극화 완화와 관련된 대상을 분명히 해서 총수요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설계했다"고 밝혔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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