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텔레그래프 "수법 점점 대담"
블록체인·사이버 보안 취업 노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북한의 IT 노동자 위장 취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북한 위장 취업의 표적이 된 기업 관계자들과 전문가 등을 인터뷰해 최근 북한이 영국을 취업 대상 국가로 노리고 있으며 활동 수법도 점점 더 정교하고 대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IT 전문 공작원을 여러 분류로 나눠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국제사회의 감시가 소홀한 지역에 파견하고 이들을 합법적인 해외 원격 근무자로 위장시켜 대량으로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게 한다. 이들은 채용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여러 회사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급여 대부분을 정권에 상납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

영국도 '북한 IT 위장취업' 기승…"은행 등 기업 수천곳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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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수법을 최근 영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최근 발표한 북한 해외 노동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은 17개국에서 활동하며 월평균 1만달러(1335만원)를 받고 90% 이상을 본국으로 보낸다. 사이버 범죄 연구원인 에이드리언 치크는 북한 IT 노동자들의 취업 성공률이 0.3% 정도라고 말했다. 지원서 제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부 구직자는 하루에 최소 한 건의 취업 제안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나 사이버 보안 회사 취업을 노린다고 말했다. 주로 AI를 활용해 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업무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주요 은행 두 곳과 제약회사 등도 표적이 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북한 노동자를 실제로 채용하고 입사 절차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기업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치크는 "북한이 영국 기업 수천 곳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북한은 주요 시장의 모든 국가, 특히 영국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북한 노동자들이 영국 공무원직에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공작원들은 채용 과정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8월 북한 노동자 위장 취업 사기 탐지단체 '시사이드'가 진행한 IT노동자 면접 과정에 참여해 북한 IT노동자로 의심되는 지원자의 면접 과정을 함께 살펴봤다. 션 마이클 타잉이라는 이름의 지원자는 자신을 미국 테네시주 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면접이 진행되면서 수상한 점이 포착됐다.


지원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모니터 밖의 뭔가를 읽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고 영상과 음성도 계속 끊겼다. 면접관이 딥페이크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 앞에서 손을 천천히 흔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면접은 중단됐다.


일부 북한 노동자는 채용 담당자로 신분을 위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해외 구직시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항공우주·방위산업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 접근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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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은 영국의 기업 등록제도도 악용하고 있다. 영국은 기업 설립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 북한 노동자들과 연계된 대리인들은 이를 이용해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기업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회사들은 북한 노동자들의 신분을 감추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합법적인 사업수익처럼 위장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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