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사업 제외 창작·유통·향유 예산 426억…증가율 3.4%
경력단계별 작가 지원 3억→26억…미술비평 예산 4배 확대
해외 진출 지원 단년도에서 다년도로 개편…41억 편성
국립현대미술관 771억·당인리 창작발전소 운영 529억
정부가 내년도 시각예술 분야에 10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건립사업을 제외한 미술 창작·유통·향유 예산은 426억원으로 올해보다 3.4% 늘었다. 전체적인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작가 개인에 대한 창작지원은 8배 이상 확대하고, 단년도 중심이던 해외 전시 지원을 2년짜리 사업으로 개편했다. 미술계 지원의 무게중심을 일회성 행사에서 작가 육성과 지속적인 해외 진출로 옮기려는 시도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미술 분과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이 지난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미술 분과 제3차 회의를 열고 2027년도 시각예술 분야 정부 예산안과 기존 정책 제안의 추진 현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창작지원의 확대다. 시각예술창작산실 예산은 올해보다 171% 증가한 32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우수 작가를 경력단계별로 지원하는 예산은 3억원에서 26억원으로 약 8.7배 늘었다. 미술비평 지원도 1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했다.
작품을 발표할 공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우수 전시 개최를 지원하는 시각예술창작공간 사업은 전년보다 51.8% 늘어난 45억원을 편성했다. 작가의 작품 제작뿐 아니라 전시와 비평까지 연결해 창작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해외 진출 지원은 예산 규모보다 사업 방식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문체부는 기존 단년도 사업들을 통합·개편해 41억원 규모의 '한국 미술 해외 진출 스케일업' 사업을 신설했다.
그동안 해외 전시는 짧은 준비 기간에 기획과 실행을 마쳐야 한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었다. 새 사업은 해외 기획자와 한국 작가를 연결해 첫해 전시를 기획하고, 이듬해 해외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해외 진출을 단발성 전시 참여가 아닌 중장기 협업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국내 미술시장의 회복 양상과도 맞물려 있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미술시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 거래 규모는 6382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그러나 거래 작품 수는 3.1%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도 고가 작품의 낙찰이 전체 거래액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 규모의 반등이 작가 전반의 판매 기회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작품 제작과 전시, 비평 지원을 동시에 확대하려는 배경도 여기에서 읽힌다. 미술시장의 외형적 성장만으로는 신진·중견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할 환경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771억원으로 올해보다 5.5% 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차세대 K-미술 세계 진출' 사업에 83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청년작가 기초예술 육성에 69억7000만원을 투입해 작품 제작부터 전문가 상담, 전시까지 성장 과정을 지원한다. 세계 주요 미술관과 협력해 한국 청년작가의 순회전을 개최하는 사업에도 12억원을 편성했다.
창작 기반 시설과 미술정보 체계에도 재원이 투입된다. 내년 개관 예정인 서울 마포구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의 개관·운영 예산은 529억원으로 책정됐다. 미술품 거래 정보와 주요 통계를 확인하고 재판매보상금 청구·분배 등을 지원할 통합미술정보시스템에는 6억8000만원을 편성해 내년 7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외 레지던시 지원 사업은 49억3700만원으로 146.8% 증가했다. 국내 국제레지던시 공동 창·제작에 39억3700만원, 해외 레지던시 참가에 10억원을 배정했다. 이 사업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문학·공연·다원예술·기술융합예술 분야도 지원한다.
내년도 시각예술 예산안은 건립사업을 포함하면 1010억원이지만, 이를 제외한 창작·유통·향유 예산은 426억원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3.4%에 그친다. 일부 작가 지원사업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과 달리 미술 분야 전체 사업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특히 해외 진출 지원은 사업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는 만큼 지원 작가와 전시기관을 어떻게 선정하고, 후속 전시와 유통으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경력단계별 창작지원 역시 확대된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작가에게 돌아가는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는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 등 미술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최 장관은 "한국 미술의 성장을 위해서는 예술인에 대한 창작, 유통, 해외 진출 및 예술 기반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현장 의견을 듣고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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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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