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비차별적 제재 강조…"기업 특성 고려 안 해"
美 시민단체도 '쿠팡 차별 규제' 주장에 반박
美 투자사 5곳 ISDS 추진…통상 압박 유도 지적
무역법 301조 통한 관세 압박 시도하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을 겨냥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제재는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해온 가운데 한국 정부의 규제가 차별적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미국 유력 시민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국제투자분쟁(ISDS)과 관세 압박 등을 통해 한국의 법 집행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가 한미 관계 현안으로 번지면서 한국의 규제 권한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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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Public Citizen)에 따르면 이 단체는 29일(현지시간)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맞서 미국 무역정책을 무기화하려는 쿠팡의 부적절한 압박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정책 메모 형식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특히 쿠팡 투자자들이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공정거래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몰아가며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퍼블릭시티즌은 1971년 미국의 저명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설립했으며, 정부 후원금 없이 개인 기부와 재단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신뢰도 높은 공익 감시 단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나만 표적으로 해서 이런 것 아니야' 이런 주장을 하는 기업이 있는 것 같다"며 "어떤 기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과 방침에 따라 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업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쿠팡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 제재금을 개인정보 보호 비용보다 훨씬 높여야 기업이 예방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국가나 기업에 관계없이 법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분한다고 답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6월 쿠팡에 총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4235억7500만원은 개인정보 유출 관련 위반, 2011억600만원은 이용자 온라인 활동정보 무단 수집 등 별도 위반에 따른 것이다. 당시 개인정보위는 약 375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쿠팡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퍼블릭시티즌은 한국 당국의 제재가 미국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개인정보위가 구글·메타뿐 아니라 SK텔레콤도, 공정위가 미국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도 제재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제재 대상의 국적만으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용자 수와 피해 규모에 따라 제재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미국 기술업계와 통상당국의 밀접한 관계도 지적했다. 퍼블릭시티즌이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확보한 이메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한국 통상당국자와의 회담을 앞둔 USTR에 디지털 규제 문제를 의제로 올리고 회담 결과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접촉이 미국 기술기업의 이해관계를 통상정책에 반영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의 비차별적 법 집행 원칙에 맞서왔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 그린옥스캐피털과 알티미터캐피털은 지난 1월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한국 정부에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의 과도한 조사·조치로 수십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이후 폭스헤이븐캐피털 등 3개 투자사가 가세했다.


두 투자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도 청원하기도 했다. 한국의 법 집행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조항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인정되면 추가 관세 등의 보복 조치를 허용한다. 청원은 지난 3월 철회됐지만 투자자들은 ISDS 대응 가능성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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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시 산업통상부는 개별 기업의 정보 유출 사건을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퍼블릭시티즌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책당국을 향해 다른 나라의 개인정보 보호법과 경쟁법을 공격하기보다 자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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