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퍼블릭시티즌' 정책 메모 공개
트럼프 취임식 100만달러 기부
美 로비비용 589만달러
위성락 7월 브리핑서 美측 압박에
"쿠팡 일방적 주장만 반영"
"한미 안보협력 영향 없어야"

미국의 시민단체가 쿠팡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여 한국 정부의 규제 조치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한국의 법 집행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하고, 미국의 통상정책까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쿠팡 문제의 한미 안보협력 확산을 경계해 온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도 쿠팡의 로비 활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 주목된다.

쿠팡Inc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여파로 2021년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는 올해 2분기 8천350억원(5억5천6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4일(현지시간) 공시했다. 사진은 5일 서울 광진구 쿠팡 앞. 2026.8.5 연합뉴스

쿠팡Inc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여파로 2021년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는 올해 2분기 8천350억원(5억5천6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4일(현지시간) 공시했다. 사진은 5일 서울 광진구 쿠팡 앞. 2026.8.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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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Public Citizen)에 따르면 이 단체는 29일(현지시간)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맞서 미국 무역정책을 무기화하려는 쿠팡의 부적절한 압박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정책 메모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퍼블릭시티즌의 글로벌트레이드워치 책임자인 멜린다 세인트루이스가 작성했다. 퍼블릭시티즌은 1971년 미국의 저명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설립했으며, 정부 후원금 없이 개인 기부와 재단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신뢰도 높은 공익 감시 단체다.


퍼블릭시티즌은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한국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국가 간 통상 현안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 345억달러 가운데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한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도 미국 정치권의 영향력을 동원해 한국의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다.

보고서가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쿠팡의 미국 내 로비 활동이다. 퍼블릭시티즌은 쿠팡이 지난해 미국에서 로비 비용으로 227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 제출된 최신 로비 신고자료를 보면 쿠팡이 올해 1~3분기에 지출한 금액은 362만달러로, 지난해부터 누적 신고액은 589만달러에 이른다.


보고서는 쿠팡이 32명의 로비스트를 활용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회사 내부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로비스트 중 56%는 정부나 정치권 경력을 민간 로비 활동에 활용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분류됐다. 쿠팡은 트럼프 행정부 출신인 롭 포터 등을 영입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발라드파트너스와 밀러스트래티지스 등 외부 로비업체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미국대외무역위원회(NFTC), 미한재계회의(USKBC) 등 업계 단체에도 참여했다.

정치권에 대한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지난해 정치자금 기부액은 약 2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2024년에는 케네디센터에도 10만달러를 기부했다.


퍼블릭시티즌은 이 같은 로비 활동과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취지의 청문회를 열었다. 올해 4월에는 미국 연방의원 50여명이 한국 정부에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지난 7월 하원 법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월 3일 브리핑에서 "쿠팡 관련 조사는 국내법에 따라, 적법 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보고서를 보면 우리의 내용은 많이 반영돼 있지 않고 쿠팡의 일방적 주장만 나와 있어 저희가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위 실장은 쿠팡 문제가 한미관계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이 사안이 과도하게 커져서 다른 한미 관계의 영역에, 안보에 파장이 없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며 "그 문제가 한미 간의 여러 다른 이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격리 내지는 분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문제는 한미 고위급 외교채널에서도 논의됐다. 지난 1월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백악관 회담에서도 쿠팡 사태가 거론됐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국의 미국 기업 대우 문제가 무역협정 마무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퍼블릭시티즌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도 쿠팡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통상정책이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쿠팡 사례에 대해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다른 나라의 법 집행을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고, 자국 정부의 압력을 동원하는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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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쿠팡은 미국 내 로비가 한미 경제협력과 투자 확대 등을 위한 합법적인 활동이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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