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서 상황점검회의 참석자 일제 격상
실종·관계성 범죄 등 사건 대응 단축 효과
의사결정권자 신속 판단 가능…격상 체계 유지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과장 A씨는 요즘 오전 7시께 집을 나선다. 오전 8시 30분 서장 주재 회의에 참석하기 전, 밤새 들어온 신고와 당직 사건을 챙겨야 해서다. 다른 과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오전 8시께 팀장들의 보고를 받고 30분 뒤 회의실로 향한다. 요즘 일선 경찰서 과장들의 아침 풍경이다.

제주서부경찰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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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경찰이 사실상 수사 전반을 독자적으로 맡아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내부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관계성 범죄와 실종 사건 수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매일 아침 일선 경찰서에서 열리는 상황점검회의다.

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9월 7일 전국 경찰관서에 상황점검회의 참석 대상을 격상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이에 따라 상황점검회의 참석 주체가 일선 경찰서에서는 기존 계·팀장급에서 과장급으로, 시도경찰청은 과·계장급에서 부장급으로, 본청은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전국 261개 경찰서와 18개 시도경찰청, 경찰청 회의에 실무자 대신 의사결정권자들이 참석하게 됐다.


상황점검회의는 관내에서 전날 발생한 사건·사고 중 특이사항이 없는지 점검하는 회의다. 관서의 실정에 맞게 시작 시간은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오전 8시 30분 전후로 시작된다. 회의에서는 전날 접수된 112신고를 분석해 주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안건으로 올린다. 이외에도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여러 부서가 협의해야 하는 사안, 집회·시위와 같이 다수가 모이는 행사 등 경찰서 업무 전반도 다룬다. 회의는 주말·공휴일에도 열린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현민 기자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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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의 핵심은 기존의 '재보고' 단계를 건너뛰는 데 있다. 당초 상황점검회의는 실무자인 계·팀장급이 참석한 뒤 부서로 돌아가 과장에게 재보고하는 단계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실종 사건이나 관계성 범죄와 같이 여러 부서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안일수록 이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무자 보고 후 재보고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간부급이 직접 참여해 신속한 판단과 대책 수립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최근 경찰을 둘러싼 무거운 분위기가 있다. 최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9월 3일 취임 후 첫 공식 메시지로 "경찰의 잘못을 숨기거나 감싸는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초기 대응부터 보고·지휘·종결, 최종 책임까지 국민 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대응체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점검회의 격상이 이뤄진 것은 이로부터 나흘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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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앞으로도 이 같은 운영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각 경찰서 사정에 따라 관서장이 참석자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참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수사 책임이 커진 만큼 아침 회의로 대응 속도를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과장은 "경험 많은 과장은 팀장이 놓친 부분까지 챙길 수 있고 과장이 직접 지시하면 직원들도 훨씬 빨리 움직인다"고 효과를 전하기도 했다. 보고 단계를 줄여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하겠다는 경찰의 구상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대응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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