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10만년 기후 시뮬레이션서 강설·구름의 보호 효과 확인
남극 빙상 손실 70%→20%…서남극은 해수면 상승 위험 여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0도 넘게 상승해도 동남극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상당 부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로 늘어난 수증기가 남극 내륙에 더 많은 눈을 뿌리고, 증가한 구름은 태양광을 가려 얼음이 녹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남극 빙상 전체의 손실 규모도 이러한 대기 변화를 반영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지구온난화가 빙상을 녹이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을 지키는 조건도 만들어낸다는 역설적인 결과다.
남극 동부 디블 빙붕(Dibble Ice Shelf)의 모습.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10만년에 걸친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강설과 구름이 동남극 빙상의 손실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NASA/JPL-Caltech/UC Irvine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 연구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전 지구 기후모델과 빙상모델을 결합한 장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오후 7시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기존 빙상 연구는 미리 설정한 대기와 해양 조건을 빙상모델에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기후와 빙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달리하면서 기후와 그린란드·남극 빙상의 변화를 10만년에 걸쳐 모의했다. 빙상의 변화가 다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까지 함께 계산한 것이다.
분석 결과, 온난화에 따른 빙상 변화는 지역별로 크게 달랐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넘게 상승한 상태가 지속되면 해수면 아래 지반에 상당 부분 놓인 서남극 빙상에서는 장기적으로 큰 얼음 손실이 발생했다. 그린란드 빙상도 온난화에 따라 점차 줄어들었으며, 기온 상승 폭이 약 6도를 넘으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부분 육지 위에 자리한 동남극 빙상은 온난화 수준이 10도를 넘어서는 조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강한 온난화가 지속되더라도 동남극 빙상이 반드시 급격하게 붕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눈 더 쌓이고 구름은 햇빛 차단…동남극 빙상 손실 늦춰
동남극 빙상이 예상보다 높은 안정성을 보인 원인은 대기 순환의 변화였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어난다. 여기에 남반구의 대기 흐름이 바뀌면서 남극으로 이동하는 수증기도 증가했다. 이 수증기가 동남극 내륙의 고지대에 눈으로 내리면서 빙상에 새롭게 쌓이는 얼음의 양을 늘렸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의 장기 변화. 동그라미는 남극, 사각형은 그린란드 빙상을 나타내며, 붉은색이 짙을수록 기온 상승 폭이 크다. 기호 크기는 모의실험의 최종 상태를 구분한다. 삽입된 지도는 고농도 이산화탄소 조건에서 동남극 빙상은 대부분 유지되는 반면 서남극 빙상은 대부분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구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구름의 증가도 빙상 손실을 억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구름이 빙상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을 줄여 얼음이 녹는 현상을 완화한 것이다. 온난화로 늘어난 강설량이 얼음의 축적을 돕고, 구름은 표면의 에너지 흡수를 줄이는 효과가 함께 작용했다.
이런 효과는 가장 강한 온난화 조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강수와 태양복사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모의실험에서는 남극 빙상 전체의 부피가 약 70% 감소했다. 반면 온난화에 따른 강설과 태양복사의 변화를 반영한 기후·빙상 결합모델에서는 감소 폭이 약 20%에 그쳤다.
두 수치는 서로 다른 조건을 적용한 장기 모의실험 결과로, 실제 남극에서 관측된 빙상 손실률은 아니다. 다만 빙상 변화가 기온 상승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대기와 빙상 사이의 상호작용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에 따라 장기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남극 빙상은 여전히 위험…해수면 상승 우려 지속
그렇다고 남극이 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서남극 빙상은 상당 부분이 해수면 아래 지반에 놓여 있어 따뜻해진 바닷물의 영향을 받기 쉽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도 온난화가 지속되면 서남극에서 상당한 얼음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극 일부 지역에서도 빙상 후퇴가 관측되고 있어 해수면 상승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이번 결합모델은 공간 해상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바다에 떠 있는 빙붕 아래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빙상 주변부의 국지적인 과정을 충분히 재현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정이 실제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통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윤경숙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빙상의 장기적인 미래를 기온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강설, 구름, 바람, 해수 온도의 변화가 변화하는 빙상 표면과 모두 상호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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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저자인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적인 기후 불안정성과 해수면 상승을 예측할 때 기후와 빙상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며 "단순화된 기후 조건만으로는 빙상이 후퇴할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사라질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과정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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