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때려치워라"…가난한 형제 돈방석 앉힌 '이 음식'[맛있는 이야기]
필리치즈, 100년 전 핫도그 팔던 형제 개발
지금은 美 필라델피아의 문화적 아이콘
셰프들도 만들며 실험적 필리치즈도 탄생
필리치즈는 '필라델피아 치즈 스테이크'의 준말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도시 필라델피아에서 탄생한 샌드위치로, 지금도 필라델피아에서 맛볼 수 있는 명물로 꼽힌다. 겉으로는 특별한 것 없는 쇠고기 빵으로 보이지만, 필리치즈에는 약 100년을 관통하는 미국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명 샌드위치 가게 '팻츠 킹 오브 스테이크'에서 필리치즈스테이크를 만드는 모습. 얇게 썬 쇠고기를 넣은 빵에 녹인 치즈를 얹고 있다. 필라델피아 매거진 영상.
1세기에 이르는 역사 가진 쇠고기 샌드위치
필리치즈는 쇠고기, 볶은 양파, 녹인 치즈로 이뤄진 소를 긴 빵에 채워 넣은 음식이다. 고기는 얇게 저민 저렴한 쇠고기 부위를 구운 뒤 잘게 토막낸 것이며, 빵은 미국식 샌드위치 빵인 일명 '호기롤'을 사용한다. 짠맛의 핵심인 녹인 치즈는 체더 치즈, 아메리칸 치즈 등 가공 치즈를 주로 사용한다.
저렴한 식자재로 만들었지만, 맛은 길거리 음식으로서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필리치즈에는 약 100년에 얽힌 필라델피아 이민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목수 일하며 핫도그 팔던 이탈리아계 형제가 개발
필리치즈의 원조는 1930년 필라델피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팻츠 킹 오브 스테이크(Pat's King of Steak)'. 팻, 해리 올리베리 형제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이민자들이 창업했다. 올리베리 형제는 원래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핫도그를 팔며 사업을 시작했다. 핫도그만으로는 돈이 부족해 목수 일까지 겸하며 밤낮없이 노동했다고 한다.
어느 날 형제는 독특한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근처 정육점에서 얻은 값싼 고기를 얇게 다져 양파와 함께 볶은 뒤, 빵에 채워 넣은 음식이었다. 이 샌드위치의 냄새에 끌린 한 택시 운전사가 맛을 보고 "핫도그는 때려치우고 앞으로는 샌드위치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형제는 택시 운전사의 격려에 힘을 얻어, 10년 동안 착실히 저축한 자금을 모두 털어 작은 건물을 매입해 식당을 차렸다. '팻츠 킹 오브 스테이크'의 시작이었다.
필리치즈 사업은 미국이 한참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930년대에 시작됐다. 동생 해리는 샌드위치 사업을 잠시 멈추고 필라델피아에 있는 조선소로 가 군함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다. 여러 위기가 겹쳤지만 필리치즈 사업은 번창했다.
지금은 美 문화적 아이콘 중 하나로 등극
필리치즈는 단순히 팻츠 킹 오브 스테이크의 메뉴 중 하나로 머무르지 않았다. 인근 필라델피아 상인들이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필라델피아의 대표 명물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팻은 필라델피아 복서의 삶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록키(1976)'에 엑스트라로 얼굴을 비추기도 한다.
필리치즈는 '진화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필라델피아 상인들은 원조 필리치즈를 베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연구를 거듭해 새로운 소스나 재료를 시험한다. 덕분에 오늘날 필리치즈는 수십 가지 베리에이션을 갖춘 음식으로 거듭났다. 예를 들어 오리지날 필리치즈는 후추, 소금, 녹은 치즈만으로 간을 하는 조리법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필리치즈 음식점들은 참깨 소스를 끼얹어 풍미를 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클, 할라페뇨 등 산미가 있는 절임 채소를 넣는지 여부에 따라서도 계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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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치즈는 다른 미국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2025년 텍사스 지역 매체 '텍사스 먼슬리'에 따르면, 텍사스에선 바베큐 고기나 브리스킷 등을 필리치즈 빵의 속으로 채워 먹는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매체는 "100년 전 (필리치즈의 속은) 저민 쇠고기 뿐이었지만, 지금은 바베큐, 칠면조 고기, 양배추 샐러드 등으로 변주되고 있다"며 "진짜 셰프들도 경쟁에 참여하면서 블루 치즈, 감자 빵을 첨가하는 등 실험적인 필리치즈도 발명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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