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의심 받아 경찰서 연행돼
공식 출입 통제 전…"범죄 목적 없어"
이틀 뒤 교내 촬영한 유튜버는 벌금형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 현장에 들어갔다가 무단침입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2명이 각각 무죄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틀 간격으로 같은 후문을 통해 교내에 들어갔지만, 첫 번째 남성은 외부인 출입 통제 전이었고 유튜버는 통제 이후였다는 점에서 법원 판단이 갈렸다.

2024년 11월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벌어진 동덕여대에서 지난해 2월21일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교내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1월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벌어진 동덕여대에서 지난해 2월21일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교내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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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장원정 판사는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32)에게 지난 19일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2024년 11월12일 오후 3시께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후문을 통해 교내 본관 옆 운동장 야외 관람석까지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동덕여대에서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위 현장을 구경하러 온 고씨는 휴대전화로 학생들을 불법 촬영한다는 의심을 받아 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학생들이 고씨를 에워싸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그를 연행했다.

재판의 쟁점은 고씨가 학교 측의 출입 통제에 어긋나게 교내에 들어갔는지였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동덕여대가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덕여대는 2018년 이른바 '알몸남 사건' 이후 일반인의 교내 출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인근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2023년 11월 건물을 제외한 교내 공간을 개방했다.

하지만 2024년 11월11일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자 등 외부인의 교내 출입이 잦아지고 학생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학교 측은 같은 달 13일 공지를 통해 '14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씨가 교내에 들어간 것은 출입 통제가 시작되기 전인 12일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학교 측이 일반인의 출입을 공식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던 만큼 고씨의 행위를 건조물침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 판사는 "피고인은 학생들의 시위를 구경하러 관내에 왔을 뿐 학생들을 불법적으로 촬영하거나 기타 범행을 목적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라 보이고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도 학생들의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휴대전화로 자신들을 찍는다는 오해를 사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였고, 결국 학생들이 모여들어 피고인을 에워싼 상황 자체가 추가적인 위험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어 경찰들에 의해 연행되었을 뿐"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동덕여대 시위 구경 갔다가 법정행…두 남성 판결 갈린 이유는 원본보기 아이콘

반면 이틀 뒤인 같은 달 14일 오후 9시께 같은 동덕여대 후문을 통해 교내에 들어간 30대 남성 유튜버 김모씨(31)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고씨와 달리 김씨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외부인 출입 통제가 이미 시작된 뒤였다.


김씨는 시위 현장과 교내 설립자 흉상의 훼손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기 위해 본관 앞 동상까지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천수 판사는 지난 14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학교 측은 출입 통제용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정문에서 출입증을 받아야 교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김 판사는 학교 측이 외부인 출입금지를 표시하고 폐쇄회로(CC)TV와 경비원 등을 통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던 만큼 김씨의 건조물침입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다수의 대학교가 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전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침입의 방법도 단순히 후문으로 들어간 것에 불과한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학교에 침입한 것의 위법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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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른 범죄의 목적이 있었음이 밝혀졌거나 그러한 정황이 있었던 다른 사건들에 비해 낮은 벌금형에 처함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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