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테 말하지 마세요"…챗GPT 믿고 약 끊었다가 숨진 31세 여성
美서 뇌전증 앓던 中 여성
취업 면접 앞두고 챗GPT에 상담
미국에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던 여성이 챗GPT의 조언에 따라 약물 복용을 중단한 뒤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족은 챗GPT가 구체적인 약물 감량 계획을 제시하고, 의사에게 이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며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뇌전증 고민 챗GPT에 털어놓아
지난 28일(현지시간) 피플지 등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보웬 완(31)은 지난 2월1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공식 사인은 뇌전증 관련 돌연사(SUDEP·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였다.
완의 가족이 제기한 소장에 따르면 완은 2023년 2월부터 챗GPT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장쑤성 출신인 그는 심각한 뇌전증을 앓아 직장인 아마존에서 휴직하고 있었다.
이후 2025년 11월 해고된 완은 미국 영주권 유지를 위해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뇌전증 치료제인 라모트리진의 부작용으로 영어와 중국어 등 여러 언어에서 단어를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취업 면접을 앞두고 어휘력을 되찾고 싶었던 그는 챗GPT에 약물 관련 조언을 구했다. 가족 측은 챗GPT가 라모트리진 복용량을 줄이면 언어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감량 계획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챗GPT는 하루 400㎎이던 약물 복용량을 25일에 걸쳐 0㎎으로 줄이는 계획을 작성했다.
또 챗GPT가 약물 감량 사실을 의사에게 알리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장에는 챗GPT가 완에게 "라모트리진 감량 계획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담당 의사가 라모트리진 혈중 농도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권했지만, 완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형 AI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
완의 부모는 딸과 이틀간 연락이 닿지 않자 시애틀에 사는 지인에게 집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딸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
가족 측은 챗GPT가 '약물 감량이 안전하며 언어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챗GPT가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의사와 상담하라고 했다면 완은 지금 살아 있을 것"이라고 소장에 적었다.
가족 측 변호인 벤저민 S. 솅크는 성명에서 "챗GPT는 완의 상태를 진단하고 복용량별 감량 계획을 작성했으며, 발작이 발생하자 이를 수정했다"며 "이는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성형 AI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제품이 의료 행위의 경계를 넘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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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오픈AI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임상의와 여러 전문가와 협력해 챗GPT가 민감하고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지속해서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챗GPT는 의료 서비스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도 건강 정보를 이해하고 의료 전문가와의 진료를 준비하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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