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와 피해의 착시, '그럴 줄 알았다'는 기억이 만든 틈
법적 대응만으론 못 지우는 불신…'말도 안 돼'와 '그럴 수도' 사이

울릉도에서 관광객 30명을 창고에 가두고 특산품 30만원어치를 강매했다. 경찰·해경이 출동해 위자료 1000만원까지 받아냈다는 영상이 며칠 전 유튜브에 올라왔다. 꽤 끔찍하다. 문제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과 해경에는 관련 신고도, 출동 기록도 없었다. 출동이 없었다면 위자료 1000만원을 받아냈다는 결말도 성립하기 어렵다.

울릉도 석포에서 바라본 섬 일대 풍경. 최근 온라인에서 관광객에게 특산품 30만원어치를 강매했다는 허위 영상이 퍼지면서 울릉도의 관광지 평판과 허위정보 확산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용준 기자

울릉도 석포에서 바라본 섬 일대 풍경. 최근 온라인에서 관광객에게 특산품 30만원어치를 강매했다는 허위 영상이 퍼지면서 울릉도의 관광지 평판과 허위정보 확산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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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황당한 풍경, 어딘가 낯설지 않다. 지난 2월에는 여수 포장마차에서 해산물을 먹고 28만원을 냈다는 영상이 돌았다. 이쪽은 사정이 다르다. 업소명도 영수증도 피해 신고도 없어 사실이라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없었던 일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영상은 14만회 넘게 재생됐고, 조작을 의심하는 댓글과 여수를 가지 말자는 반응이 뒤섞였다.


이쯤 되면 '가짜뉴스가 관광을 망친다'고 쓰고 싶어진다. 그런데 숫자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울릉도 관광객은 2022년 46만1375명에서 지난해 34만7086명으로 이미 몇 년째 줄고 있었다. 여수도 영상과 방문객 감소를 연결할 자료는 없다. 조회 수는 믿음도, 여행 취소도 증명하지 못한다. 노출과 믿음, 행동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다른 것이다. 왜 30만원과 28만원은 그럴듯하게 들렸을까.


올해 나온 182개 연구의 메타분석은 같은 정보를 거듭 접할수록 조금 더 사실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효과는 모든 상황에서 같지 않다. 그래도 익숙함이 진위를 가르는 데 끼어든다. 여수에는 실제 불친절과 위생 논란이 있었고, 울릉도에서도 비계 삼겹살과 숙박시설 문제로 군수가 사과했다. '관광지 바가지'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판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여행 전 그 동네 식당과 숙소를 전부 겪어볼 수는 없다. 먼저 다녀온 사람의 경험과 뉴스, 후기 몇 개로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짐작한다. 한번 만들어진 평판은 다시 새 이야기를 판단하는 자가 된다. 30만원과 28만원은 이미 있던 의심에 가격표를 붙였다. 거짓은 진실을 밀어내기보다 진실이 남긴 자리를 빌렸다.


요즘은 그 자리를 돈으로 바꾸기도 쉬워졌다. 여수 영상은 AI 음성을 입힌 짧은 콘텐츠였고 울릉도 영상은 렉카 채널에서 나왔다. 사람들이 이미 품은 의심에 자극적인 숫자 하나만 얹으면 된다. AI와 숏폼은 거짓의 원인이라기보다 불신을 값싸고 빠르게 상품으로 만드는 비용을 낮췄다.


허위정보를 만들고 퍼뜨린 사람에게 책임이 먼저 있다. 피해 상인과 주민을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영상 하나를 지우는 것과 다음 영상이 먹히지 않게 하는 것은 다르다. 실제 바가지와 불친절이 줄지 않는다면 '설마'보다 '그럴 줄 알았다'가 먼저 나오는 기억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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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상에는 40만원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말도 안 돼"라고 먼저 할까, "거기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먼저 할까. 관광지의 평판이란 어쩌면 그 두 문장 사이의 거리인지도 모른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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