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 베트남 TG법인 가보니
노동집약적 의류산업의 변신
디지털·자동화로 품질 경쟁력 강화
日 바이어 공정엔 검단기만 10대
선제투자로 글로벌 바이어 신뢰 확보

[호찌민(베트남)=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29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약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한세실업 베트남 TG법인. 미국 바이어의 의류를 생산하는 7공장에서는 수십 개 봉제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작업자가 원단을 컴퓨터 미싱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자 기계가 입력된 패턴대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과거 숙련공의 손기술에 의존하던 작업이다.


한세실업은 과거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공이 하던 작업을 디지털화와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비숙련공도 동일한 품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호찌민(베트남)=권재희 기자.

한세실업은 과거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공이 하던 작업을 디지털화와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비숙련공도 동일한 품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호찌민(베트남)=권재희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노재민 한세실업 베트남 TG법인 린팀 팀장은 "일반적으로 3년 이상의 숙련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컴퓨터 미싱에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숙련도가 낮은 작업자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는 기계를 작동시키고 정교한 봉제는 기계가 맡는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던 봉제산업이 자동화 기술을 통해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세실업은 원단 입고부터 재단, 봉제, 검수, 출고까지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2010년 설립된 TG법인은 약 11만평 부지에서 직원 4300여명이 연간 의류 4000만장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타깃, 월마트, 카터스, 칼하트, 무지(MUJI) 등의 주문을 소화한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생산법인 3곳은 전체 생산량의 약 52%를 담당한다.


3년 숙련공 손기술도 자동화…기계 직접 만드는 봉제공장

자동화 효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한세실업 측에 따르면 특정 봉제공정의 시간당 생산량은 기존 34장에서 컴퓨터 미싱 도입 후 61장으로 약 79% 늘었다. 필요한 작업인원은 2.2명에서 1명 수준으로 줄었다.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작업자 숙련도에 따른 품질 편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숙련공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던 공정을 기계와 데이터로 표준화하는 것이다.

한세실업은 2020년 TG법인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해 공정 표준화와 자동화 설비를 연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10분간 작업량을 측정해 병목 공정을 개선하는 '10분 활동'을 실시한다. 작업자 한 명이 여러 공정을 맡거나 분리된 작업을 하나의 기계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기존 설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기계까지 직접 개발한다. 현장의 작은 개선이 생산방식 전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한세실업이 오류를 줄이기 위해 자체개발한 RFID(무선주파수인식) 검사 시스템. 완성된 옷을 담은 상자의 수량·사이즈·색상·상품번호가 주문 정보와 일치하는지 자동 확인하고 오류가 있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호찌민(베트남)=권재희 기자.

한세실업이 오류를 줄이기 위해 자체개발한 RFID(무선주파수인식) 검사 시스템. 완성된 옷을 담은 상자의 수량·사이즈·색상·상품번호가 주문 정보와 일치하는지 자동 확인하고 오류가 있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호찌민(베트남)=권재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대표적인 사례가 자체 개발한 RFID(무선주파수인식) 검사 시스템이다. 완성된 옷을 담은 상자의 수량·사이즈·색상·상품번호가 주문 정보와 일치하는지 자동 확인하고 오류가 있으면 경고음을 울린다. 노 팀장은 "의류 10장이 들어가야 하는 상자에 11장이 들어가거나 한 장이 누락되는 오류를 출고 전에 차단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현장 관리자의 아이디어로 만든 이 설비의 구축 비용은 대당 4200~4500달러다. 회사 측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상용 시스템(2만~3만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바이어별 포장 방식과 RFID 규격에 맞춰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로 라벨업체의 정보도 자동 입력하도록 했다. 타깃·월마트·샘스클럽 물량에 순차 적용 중이며 과테말라와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중미 생산거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한 공장의 아이디어가 글로벌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日 바이어 공정에 검단기 10대…까다로운 검수가 경쟁력

이날 방문한 1공장은 일본 브랜드 제품 생산에 특화된 곳이다. 13개 라인에서 직원 약 780명이 연간 의류 410만장을 만든다. 눈에 띈 것은 원단의 결함을 확인하는 검단기 10대였다. 미국 바이어 제품을 만드는 7공장(2대)의 5배다. 미세한 흠까지 확인하기 위해 원단도 더 천천히 이동시키며 검사한다.


재단된 원단을 봉제라인에 보내기 전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데도 다른 공장보다 20~3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완제품 역시 미국 바이어 물량은 통상 1~2차례 검사하는 반면 일본 물량은 세 차례 검수한다. 특히 마지막에는 바이어가 지정한 검사원이 앞선 검사를 통과한 제품의 10%를 무작위로 뽑아 다시 확인한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TG법인의 한 공장에서 작업자가 제조 공정에서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모습. 호찌민(베트남)=권재희 기자.

한세실업의 베트남 TG법인의 한 공장에서 작업자가 제조 공정에서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모습. 호찌민(베트남)=권재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더 많은 장비와 인력,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도 일본 바이어의 요구를 수용하는 이유는 뭘까. 노 팀장은 "일본 바이어의 높은 품질 기준 자체가 한세실업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한 이력이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글로벌 바이어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추가 검사에 드는 비용이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는 투자라는 의미다.

AD

한세실업은 바이어가 요구하지 않는 공정에도 자체 비용을 들여 품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 워크웨어 브랜드 제품에는 세탁 후 원단 변형을 막기 위한 방축 설비를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원단 폭이 줄어 더 많은 원단이 필요해지지만 추가 비용은 한세실업이 부담한다. 생산·검수 정보는 자체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햄스(HAMS·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로 통합 관리한다. 원부자재 입고부터 재단, 봉제, 품질검사까지 현황을 현장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문제가 발생한 공정을 신속히 찾아낸다. 노 팀장은 "품질에 있어서 만큼은 '제로 톨러런스(무관용)'를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