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78차례·이견조정 11차례에도 합의 실패
한수원, 29일 대우·두산 컨소시엄과 협상 종료
"기존 컨소도 입찰참여 허용할 것"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간 27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시공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약 15개월간 협상을 이어왔지만 1조원 이상에 달하는 공사비와 계약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력관계를 정리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7월까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AD
원본보기 아이콘

◆15개월 협상 끝 결렬…공사비·계약방식 이견 못 좁혀=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한다고 29일 밝혔다. 양측은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 등을 통해 합의를 시도했으나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시공비뿐 아니라 계약방식과 업무범위, 주계약 조건 반영 여부 등 주요 계약조건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협상을 더 연장할 경우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공사비 산정과 계약방식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과 마찬가지로 공사비를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요구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상세설계 이후 실제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이를 정산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총액확정계약은 계약 당시 정해진 금액을 기준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공사 과정에서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원칙적으로 시공사가 관련 위험을 부담한다. 반면 물량 정산 방식은 설계 변경 등에 따라 공사비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어 계약 당사자 간 위험 분담에 차이가 발생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당초 2022년 최초 입찰 당시 양측은 원전 1기 건설에 대한 가격과 총액확정계약 방식에 합의했다. 그러나 2024년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입찰 과정에서 시공사 측이 단가 변경과 물량 정산을 요구하면서 입장 차이가 발생했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약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차례, 최고경영자(CEO) 면담 2차례, 이견조정위원회 11차례를 진행했다. 특히 지난 6월30일부터 7월31일까지 열린 이견조정위원회에서도 가격과 계약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최일경 한수원 사업총괄본부장(부사장)은 "총액확정계약은 두코바니 원전사업 발주사가 요구한 방식이고, 이를 바탕으로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총액확정계약은 물량이 늘어나도 금액변동은 없는 방식이지만 한수원은 시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사비를 10% 증액한 계약안을 제시했음에도 1조원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본사 사옥

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본사 사옥

원본보기 아이콘

◆이르면 내년 3월 말 입찰공고…7월 새 시공사 선정= 한수원은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것보다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는 편이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일부 공정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협상을 장기간 연장할 경우 후속 설계와 인허가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국가계약법에 근거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신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잠재 시공사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개최하고 종합심사 평가기준을 마련한 뒤 입찰공고와 평가를 거쳐 내년 7월까지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기존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재입찰 기회는 열려 있다. 한수원은 관련 법령과 사업여건, 계약이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업체에 공정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부사장은 "당초 한수원과 시공사가 맺은 협약서에 따르면 다음 신규 시공사 선정할 때는 기존 시공사는 못 한다고 명확하게 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공능력과 계약조건, 공정 준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기존 시공사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7조원' 체코 원전 시공계약 결렬…"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종합2) 원본보기 아이콘

한수원은 새로운 시공사도 한국기업으로 정할 방침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최 부사장은 "새로운 시공사도 당연히 한국 기업을 선정 할 것"이라며 "(기존 시공사를 포함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여러 기업이 치열한 경쟁 통해서 글로벌 시장을 열려는 열의가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 할 것이라고 믿고 있고, 경쟁 결과로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코 정부·발주사와 지속 소통 중= 한수원은 이번 시공계약 협상 결렬이 체코 정부와의 협력관계나 한국 원전산업의 대외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체코 정부 및 발주사와 협의하고 대체 수행계획과 사업 연속성 확보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산업통상부와 한수원은 이번 협상 결렬에 따른 사업 지연과 체코 정부와의 관계 악화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체코 정부, 그리고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가 그동안 신뢰를 쌓아왔고, 시공계약 관련해서도 지속해서 소통해 왔다"며 "체코 정부와 발주사가 원하는 것은 적기 준공이고, 이 과정에서의 현지화 비율 등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공 분야를 제외한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기존 팀코리아 협력체계는 유지된다. 최 부사장은 "2025년 6월 발주사(EDUⅡ)와 주계약 체결 이후 상호 호혜적인 협상을 통해 종합설계용역(한전기술), 원자로설비 공급(두산에너빌리티), 터빈발전기설비 공급(두산에너빌리티) 분야의 계약 체결을 완료한 바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작을 위한 준비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원전연료 계약(한전원자력연료)과 시운전·정비용역(한전KPS) 계약은 2027년 체결을 목표로 순조롭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조감도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조감도

원본보기 아이콘

◆공정 지연·법적 분쟁 변수= 신규 시공사 선정까지 약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 지연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기존 설계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기존 컨소시엄과의 법적 분쟁 가능성도 변수다. 한수원은 이날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지만 공동협력협약 종료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향후 공식 통지와 내부 의사결정, 비용 정산 및 성과물 인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AD

기존 시공사가 협약 종료에 반발해 소송이나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수원은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병행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사장은 "기존 시공사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제가 법률전문가는 아니지만, 인용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한수원이 시공사랑 협의해온 여러 가지 과정과 제안서, 합의서 이런 것들을 근거로 봤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