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학군지 빌라 반년 새 1억원·갱신 2억원 상승
과거 고덕주공·신반포 이주 때도 빌라 전세 급등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 연립·다세대 주택 전월세가 반년 새 최대 2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개포주공 6·7단지(1960가구) 총 6000여가구가 내년 이주를 추진하고 있어 이 지역 전월세 불안을 더욱 자극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빌라 밀집 지역. 네이버 거리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빌라 밀집 지역. 네이버 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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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현초와 휘문중 학군지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연립·다세대 시장은 이주 개시 전인데도 보증금이 단기간에 수천만원에서 억대 단위로 뛰었다. 대치동 한티빌리지 전용면적 69.9㎡는 3월 10일 나동(4층) 신규 전세가 5억5000만원에 계약됐으나 9월 28일 가동(2층) 신규 계약은 6억5000만원에 체결돼 반년 만에 신규 전셋값이 1억원(18.2%) 올랐다. 스톤빌리지대치2차 전용 58.52㎡는 2월23일 6억3000만원(신규)에서 7월31일 7억9800만원(갱신·종전 7억6000만원)으로 8억원 턱밑까지 올랐다.

전월세 상한제(2년 만기 시 인상률 5% 제한)를 적용받지 않는 합의 갱신은 오름폭이 더 가팔랐다. 대치동 동산빌라 전용 100.94㎡는 5월27일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없이 종전 4억5000만원에서 2억원(44.4%) 뛴 6억5000만원에 재계약됐고 대치동 다세대 전용 39.77㎡도 5월 4일 종전 3억6800만원에서 7000만원(19%) 오른 4억3800만원에 계약을 연장했다.


은마아파트 세입자들이 옮겨갈 만한 주변 신축 아파트 전세는 이미 씨가 말랐다. 대현초·휘문중 인근 대치푸르지오써밋(2023년 입주)은 가을 이사철인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8일까지 두 달간 전세 거래가 3건에 그쳤다.

6개월새 2억원 뛰었는데…6000세대 이주에 긴장하는 강남 빌라촌 원본보기 아이콘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대치동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 896건 중 월세가 644건(71.9%)을 차지했다. 대치명문가 전용 47.78~48.23㎡는 1월, 3월, 6월 세 차례 모두 보증금 5000만원·월세 300만원에 계약됐고 서원텔 전용 92.58㎡는 8월12일 보증금 5000만원·월세 330만원에 신규 계약을 맺었다.


일선 중개업소는 본격적인 이주 공고가 나면 빌라 수요가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이주가 시작되지 않아 조용한 편이지만 은마아파트는 주변보다 전세가 저렴해 세입자가 많이 살던 곳"이라며 "이주가 시작되면 학군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대치동이나 개포동 빌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규모 멸실이 인근 비아파트 시세를 밀어 올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강동구에서는 2014년 12월 고덕주공4단지(410가구), 2015년 2월 명일동 삼익그린1차(1560가구), 3월 고덕주공2단지(2600가구)가 차례로 이주에 나섰다.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자 2014년 10월 1억5761만원이던 강동구 빌라 평균 전셋값은 2015년 6월 1억9010만원으로 올랐다.


6개월새 2억원 뛰었는데…6000세대 이주에 긴장하는 강남 빌라촌 원본보기 아이콘

전문가들은 신축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남 대단지 이주가 시작되면 자금력에 따른 세입자 간 연쇄 밀어내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건축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받아 거처를 옮기고 향후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주비 지원 없이 1년 안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는 각자도생해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직주근접과 자녀 교육 때문에 멀리 떠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인근 연립·다세대로 몰리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이주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빈집이 없는 상태에서 대단지 세입자들이 빌라 시장으로 내려오면 기존에 빌라에 살던 세입자들이 돈에 밀려 외곽으로 쫓겨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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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요즘은 집값이 너무 비싸 재건축 집주인들도 이주할 때 다른 집을 사지 않고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까지 주변 전세 시장에 끼어든다"며 "이주 수요가 동네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인근 다세대·다가구나 중저가 아파트로 전세 오름세가 이어져 전세 불안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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