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된 노래에 2만명 열광…김동률이 증명한 음악의 힘
단독 콘서트 '오래된 노래' 전석 매진
오케스트라 덜어내니 감동 더 깊어져
"우리 조금만 더 늙어서 곧 만나요"
가수 김동률은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열고 관객 2만1000여명을 모았다. 뮤직팜엔터테인먼트 제공
32년 전 발표한 노래에 여전히 2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을 덜어내고 밴드와 목소리만으로 채운 무대였지만, 감동은 오히려 깊어졌다. 익숙한 노래는 새로운 편곡으로 다시 태어났고, 객석에는 저마다의 추억이 흘렀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음악 시장에서 가수 김동률이 보여준 것은 오래된 노래의 힘이었다.
30일 공연계에 따르면 김동률은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개최했다. 총 7차례 공연은 전석 매진됐으며, 2만1000여명이 객석을 채웠다. 1994년 그룹 전람회로 데뷔한 지 32년이 지났지만, 그의 공연 티켓은 올해도 구하기 어려웠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하고, 오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관객을 만났다.
'기억의 습작'과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감사' 등 김동률의 대표곡은 발표된 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즐겨 듣던 팬은 물론, 한참 뒤 그의 음악을 접한 세대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형성했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처럼 누구나 겪는 감정을 담아낸 덕분이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경험이 쌓일수록 익숙한 가사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같은 노래를 듣더라도 각자가 떠올리는 기억과 감정은 제각각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부재였다. 지난해 7만명이 관람한 콘서트 '산책'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였던 김동률은 올해 밴드와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두 공연은 2년 전부터 함께 준비한 무대다. 그는 공연을 앞두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으면서도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고수해 온 공연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케스트라를 덜어내자 개별 악기의 음색과 연주자의 호흡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래된 노래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클라리넷이 조화를 이뤘고,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에서는 피아노 대신 나일론 기타가 곡을 이끌었다. '문라이트(Moonlight)'는 재즈풍으로, '낙엽'은 반도네온을 앞세운 탱고풍으로 탈바꿈했다. 웅장함을 앞세우기보다 악기 고유의 소리와 곡의 감정을 살리는 데 무게를 뒀다.
오랜 시간 함께한 연주자들도 무대의 중심에 섰다. 김동률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오케스트라에 가려졌던 전담 밴드 '율밴'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는 2008년부터 1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트럼펫 연주자 조정현은 이번 공연의 '출발'을 위해 2년간 휘슬 연주를 준비했다. 오랜 동료들이 쌓아온 음악적 역량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대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여름의 끝자락'에서는 푸른 밀밭이 무대 위에 펼쳐졌다. 제작진이 영상 대신 밀 이삭 모형을 하나하나 심어 완성한 공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노래의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반면 '떠나보내다'에서는 대형 화면에 광활한 우주를 구현했다. 곡마다 무대 장치와 영상의 활용 방식을 달리해 음악이 전하는 정서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선곡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널리 알려진 대표곡뿐 아니라 앨범에 수록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노래들을 무대로 불러냈다. 2001년 발표한 앨범 '귀향'의 수록곡 '떠나보내다'를 처음으로 공연에서 선보였고, 이상순과 함께했던 베란다 프로젝트의 곡도 다시 꺼냈다. 지난해 '산책'과 겹치는 곡은 최대한 줄였다. 관객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전하려는 구성이었다.
전람회 시절 발표한 '첫사랑'은 특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맞았다. 김동률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전람회 동료 고(故) 서동욱을 추모하며 이 곡을 애절하게 불렀다. 그러나 올해는 복고풍의 경쾌한 밴드 연주로 분위기를 바꿨다.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편곡한 것이다. 슬픈 노래로만 남겨두면 앞으로 다시 부르기 어려울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구와 함께 만든 음악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김동률은 이처럼 같은 노래도 공연마다 다른 옷을 입힌다. 악기 구성과 편곡을 바꾸고,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녹여낸다. 전람회 시절의 곡부터 솔로 활동을 거쳐 최근 발표한 노래까지 30년 넘는 음악적 여정을 한 무대에 담으면서도 과거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치밀한 공연 준비가 있다. 김동률은 노래와 연주는 물론 무대 장치와 조명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객은 음원으로 익숙해진 노래를 공연장에서 전혀 다른 연주와 편곡으로 만난다. 곡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연주자들의 호흡을 지켜보는 경험 역시 음원으로는 느낄 수 없는 공연만의 매력이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7회 연속 매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동률은 관객의 기다림에 감사하면서도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데뷔 30년이 넘도록 더 큰 공연장과 추가 공연을 바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지만, 그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불안도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음악 시장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다만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을 자신의 속도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연을 마친 그는 다음에는 더 깊이 고민하고 정성을 쏟은 음악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 조금만 더 늙어서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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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노래를 듣던 팬들도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 젊은 날의 사랑 노래는 이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무심히 흘려들었던 가사는 어느 순간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김동률은 그 노래들을 다시 다듬어 무대에 올린다. 30년이 넘은 음악이 여전히 관객을 불러 모으는 이유다. 그의 노래는 오래됐지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새롭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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