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FTA]⑤투둥 두르고 한강라면 '호호'…100% 할랄로 말레이 파고든 K-편의점
점심시간인 낮 12시 30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KLCC 인근 한 CU 매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문을 열자마자 매콤달콤한 떡볶이와 닭강정, 얼큰한 라면 냄새가 풍겼다. 손님의 대다수는 투둥(히잡)을 두른 20대 무슬림 여성과 인근 직장인들이었다. 테이블 한편에서는 20대 여성 세 명이 둘러앉아 떡볶이와 닭강정을 나눠 먹으며 맛있다는 뜻의 말레이어 "스다프(Sedap)"를 연발했다. K-드라마 속 편의점 풍경이 쿠알라룸푸르 한복판에 고스란히 재현된 모습이었다.
K-푸드가 말레이시아 일상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BGF리테일이 현지 '마이뉴스 홀딩스'와 손잡고 진출한 CU는 190여 개 매장을 열며 200호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마트24(약 100개)를 합치면 K-편의점 점포 수는 300개를 넘어선다. 약 500개 매장을 보유한 일본계 패밀리마트의 오랜 아성을 흔들고 있다.
이현규 BGF리테일 해외사업실 말레이시아FTF 팀장은 "전 점포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0여 명이지만, 도심 오피스 상권 매장은 700~8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무기는 카운터에서 즉석으로 조리해 파는 '카운터 푸드'다. 떡볶이, 닭강정, 핫도그, 어묵, 한강 라면이 대표적이다.
소시지는 '치킨'으로… 100% 할랄화가 일군 승부수
이 같은 열풍의 이면에는 철저한 '할랄 현지화'가 있었다.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무슬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인증 없이는 시장 안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CU 매장의 즉석조리 식품은 전 품목이 100% 할랄 인증 원료로 만들어진다. 금기 원료인 돼지고기는 전면 배제됐다. 한국식 핫도그 소시지는 가공 시 뻑뻑해지는 소고기 대신 닭고기(치킨)를 100% 사용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발효 과정에서 주정(알코올)이 생기기 쉬운 고추장 소스와 떡볶이 떡은 한국 내 할랄 전용 생산 라인에서 전량 공수하며, 김밥 등을 만드는 현지 센트럴 키친(전용 조리공장)도 철저한 할랄 인증을 마쳤다. 라면 역시 우지나 돈지를 배제하고 식물성 원료로 특화 개발된 할랄 라면만 비치된다.
이 팀장은 "현지인들은 SNS 정보 공유가 빨라 사소한 원료 표기 실수나 교차 오염 이슈가 한 번이라도 생기면 브랜드 전체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는다"며 "특히 무슬림 비중이 절대적인 동부·북부 점포는 비할랄 제품의 입고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검수 절차를 몇 겹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증에만 수개월"… 넘어야 할 '할랄의 시차'
다만 '할랄 인증으로 인한 신제품 출시 시차(Time Lag)'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SNS 트렌드 주기는 몇 주 단위로 짧아졌지만, 신상품 원재료 검증과 현지 할랄 등록에는 최소 2~4개월의 행정적 시간이 소요된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디저트나 특정 과일(우베 등)을 결합한 신상품을 현지 소비자가 SNS로 실시간 접하더라도, 매장에 깔리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려 '트렌드 엇박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크림이나 버터 등 유제품이 들어간 냉장 베이커리류는 한국 공장 내 교차 생산 우려로 인증 문턱이 높아, 현지 대체 제조사를 발굴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 팀장은 "한류의 화제성이 아무리 강해도 깐깐한 할랄 규범과 빠른 트렌드 속도전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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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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