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기타가와 "기초연구는 자유롭게…성과 나오면 집중 투자"(종합)
"세계 연구지원, 응용·단기 성과에 치우쳐"…기초연구 자율성 강조
"당장 쓸모없어도 가치 있다"…AI 시대에도 독창적 사고 중요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해서는 기초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유망한 성과가 나오면 후속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연구지원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연구자가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타가와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공업화학회 2026년도 추계학술대회'에서 강연한 후 기자들과 가진 별도의 질의응답에서 "기초연구에서는 연구자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 연구성과나 보고서를 요구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왼쪽)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공업화학회 2026년도 추계학술대회' 강연 후 별도로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은 김형도 아주대 교수. 김종화 기자
그는 금속유기골격체(MOF)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기타가와 교수는 기초연구와 중점연구에 서로 다른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구에서는 새로운 개념과 이론을 탐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되, 유망한 성과가 확인되면 이를 신속하게 발굴해 중점연구로 발전시키고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초연구에는 처음부터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기초연구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이를 빠르게 포착해 중점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자는 의미가 아니라, 연구 단계와 목적에 맞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계 연구지원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기타가와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지원이 응용연구에 치우쳐 있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말 새로운 연구의 근원이 되는 탐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기술을 개선하거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뚜렷한 연구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기초연구가 충분한 기회를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도 가치 있다"…노벨상 연구의 출발점
기타가와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무용의 용(無用之用)'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는 연구도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MOF 연구도 처음부터 실용성을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금속과 유기 분자가 연결되는 네트워크 구조를 연구했지만, 실용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연구를 이어가던 중 학생들과 결정 구조를 분석하면서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는 다공성 소재 연구로 이어졌다.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공업화학회 2026년도 추계학술대회'에서 금속유기골격체(MOF)의 구조와 활용 가능성을 주제로 초청 강연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기타가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집합(Assembly)과 공간(Space)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금속과 유기 분자가 결합해 형성하는 구조와 그 내부의 공간에 주목한 연구는 특정 기체를 선택적으로 포집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MOF 개발로 발전했다.
연구자가 갖춰야 할 자세로는 '운·둔·근(運·鈍·根)'을 제시했다.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회, 둔은 기존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태도, 근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탐구하는 끈기를 뜻한다.
그는 "새로운 이론이 나왔다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말 그런지 의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으며, 이를 끝까지 추구하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연구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인간 과학자의 독창적인 사고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과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토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사흘 동안 자료를 찾아야 했지만, 지금은 AI를 이용하면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식 학술논문은 연구 내용과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간단한 보고서 작성과는 구분했다.
그는 AI가 기존 연구 활동을 빠르게 수행하도록 돕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연구 개념을 만들어내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자는 AI를 통해 절약한 시간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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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교수는 "AI가 제시한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려면 기존의 생각을 의심하고 끝까지 탐구하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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