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법제화 추진
은행·보험·증권·저축은행 등 대상
입찰·주총·기업결합심사 등 절차 면제…손실 사후 보전
정부가 금융위기 발생 우려에 대비해 부실 금융회사를 3~4일 안에 정리할 수 있는 신속정리제도 법제화를 추진한다. 현재 약 150일이 걸리는 정리 절차를 대폭 단축해 일부 금융회사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정리 비용 급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예금자보호법(예보법)' 개정안을 내달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는 중대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부실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통상적인 정리 절차를 생략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제도다. 주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권리 침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도입한다.
적용 대상은 금산법상 예금보험기금의 자금지원이 가능한 은행(농·수협제외), 보험(재보험 제외), 증권사, 저축은행·금융지주회사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투자매매·중개업을 하지 않는 아닌 자산운용사·신탁사 등은 제외된다. 농·수협은행과 상호금융은 개별법에 따른 감독·정리체계를 갖춘 만큼 중장기적으로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제도 발동 요건은 엄격하게 제한했다. 해당 금융회사가 ▲부실 또는 부실우려 금융기관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중대한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적기시정조치 등 금산법상 다른 처분으로는 이를 막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으로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금융위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정리 대상 금융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의결에는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한국은행이 참여한다.
정리 방식은 금융회사의 자산 규모와 인수자 유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영업정지와 관리인 선임, 계약이전, 제3자 인수, 주식 소각·병합, 인허가 취소 등 금산법상 다양한 정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핵심은 정리 절차의 대폭적인 간소화다. 국가계약법상 입찰절차,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상법상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 등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산·부채 실사도 예금보험공사가 1~2일 내 잠정평가 방식으로 진행하고 확정 실사는 사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주말을 포함해 3~4일 안에 정리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주주·채권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신속정리로 입은 손실이 일반적인 청산·파산 절차에서 발생했을 손실을 넘지 않도록 하고, 정리 종료 후 청산기준 손실을 산정해 차액이 있는 경우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정리 조치 후 6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과 사유, 결과 등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제도 도입은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금융 불안이 단기간에 확산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속정리체계를 정비했지만, 국내는 사전 위기 대응과 유동성 지원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해 신속한 부실 정리에 한계가 있었다.
금산법·예보법 개정안은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금융위·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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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는 "신속정리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의 급격한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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