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형 사업장, 기금형 전환·계약형 회귀 가능
영세 사업장 유동성 부담…연착륙 지원 관건

앞으로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적립(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고, 전문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굴려주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새롭게 도입된다. 정부는 사외적립을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30년까지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에 참여하는 방식은 노사정 이견으로 향후 국회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29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당정협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환경노동위 현안 관련 당정'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정호 기후노동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9 윤동주 기자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환경노동위 현안 관련 당정'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정호 기후노동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9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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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全사업장 사외적립 의무

우선 퇴직금 체불을 막기 위한 사외적립 의무화는 기업 규모에 따라 3단계로 추진된다. 연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을 거쳐 1년간 준비기간을 둔 뒤, 2028년 1월 100인 이상, 2029년 1월 10~99인, 2030년 1월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순차 적용된다. 사외적립 의무는 각 단계 시행일 이후 계속근로기간부터 발생한다. 영세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무화 전 조기 도입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립금 매칭 지원(60억원)을,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경영자금 대출 2%포인트 이차보전(62억원)을 지원한다. 남성욱 노동정책실 퇴직연금복지과장은 "의무화 이후에도 제도를 설정하지 않은 사업장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에 자동 가입된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문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대신 굴리는 '기금형 퇴직연금'도 신설된다. 금융기관 개방형(영리법인), 연합형(노사 연합 비영리법인), 공공기관 개방형(중퇴기금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우선 적용된다. 운용·이해상충 관리·설명의무 위반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수탁법인이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전환한다. 제3자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는 구조 특성상 생길 수 있는 정보 비대칭과 도덕적 해이(대리인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가입자 손실 보전 등을 위해 적립금의 0.25%를 운영위험준비금으로 의무 적립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퇴직 시 일시금 수령을 별도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으로 지급하는 '옵트아웃(Opt-out)'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주거비 등을 이유로 한 중도인출을 줄이기 위해 담보대출을 활성화한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현행 70%)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DC와 IRP 투자 대상에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추가한다. 디폴트옵션 사전 통보 시점도 만기 후 4주에서 만기 전 2주로 앞당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500조 원을 넘어선 퇴직연금이 노동자의 든든한 노후 소득보장 제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0년 만에 노사정이 어렵게 이뤄낸 사회적 합의인 만큼,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조속한 입법 성과로 이어지도록 상임위 차원에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기금형' 도입해 노후보장(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계약형 사업장, 기금형 전환·계약형 회귀 가능"

정부가 발표한 퇴직연금 개편안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20여 년 만의 구조 개편이다. 체불 방지에 머물던 퇴직급여 제도를 전문 운용을 통한 수익률 제고와 노후소득 보장까지 아우르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전문 수탁법인이 여러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다. 금융기관과 노사 단체, 공공기관 등이 운용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 가입자는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 중 선택할 수 있다. 개별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부담을 줄이고, 자금을 모아 분산 투자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금형 도입이 수익률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운용 성과와 수수료, 수탁법인의 책임·감독 체계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정부는 수탁법인의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강화하고 적립금의 0.25%를 운영위험준비금으로 쌓도록 해 가입자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남성욱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기존 계약형(DC) 도입 사업장도 노사 합의를 거쳐 규약에 반영하면 기금형으로 전환하거나 다시 계약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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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적립 의무화는 퇴직금 체불을 줄이기 위한 안전판이다. 지난해 전체 임금체불액 중 퇴직금은 41.1%(8230억원)를 차지했다. 기업이 퇴직금을 장부상 부채로만 쌓아두면 도산이나 폐업 때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지 못할 위험이 컸다. 사외적립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되면 퇴직급여 재원이 금융기관 등에 적립돼 기업의 경영 악화와 별개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의무화는 각 단계 시행일 이후의 계속근로기간부터 적용돼 기존 근속기간까지 일괄 소급되는 것은 아니다.

 2030년까지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기금형' 도입해 노후보장(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500조 퇴직연금' 자본시장으로…수익률 제고 시험대

자본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6.47%로 반등했지만, 국민연금 수익률 18.82%에는 크게 못 미쳤다. 기금형 도입으로 전문 운용과 분산 투자가 활성화되고, IRP 위험자산 투자 한도 완화와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편입 허용까지 이뤄지면 퇴직연금 자금의 투자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이나 영국의 네스트(NEST)처럼 장기 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투자 대상 확대가 손실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수익률뿐 아니라 위험 관리와 수수료 부담도 함께 따져야 한다.


영세 사업장 유동성 부담…연착륙 지원이 관건

반면 영세 사업장에는 퇴직급여를 외부에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6%에 그친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매달 또는 매년 퇴직급여 재원을 외부에 적립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의무화 전 조기 도입 사업장에 적립금 매칭 지원과 대출 이차보전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의무화가 2030년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만큼 지원 규모와 기간, 현장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부담 능력을 이유로 영세기업에 예외를 두면 퇴직금 보장이 가장 절실한 취약계층이 오히려 배제된다"며 "제도는 전면 적용하되 영세 사업장의 충격을 줄일 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환경노동위 현안 관련 당정'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10.29 윤동주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환경노동위 현안 관련 당정'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10.29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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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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