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78차례·이견조정 11차례에도 합의 실패
한수원, 경쟁입찰로 시공사 교체…"사업 차질 최소화 총력"

'27조원' 체코 원전 시공계약 결렬…한수원, 대우·두산 컨소시엄과 결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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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간 27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시공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약 15개월간 협상을 이어왔지만 공사비와 계약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력관계를 정리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내년 7월까지 신규 시공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지만 시공사 교체에 따른 공정 지연과 법적 분쟁 가능성이 사업 추진의 변수로 떠올랐다.


15개월 협상 끝 결렬…공사비·계약방식 이견 못 좁혀

한수원은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 등을 통해 합의를 시도했으나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시공비뿐 아니라 계약방식과 업무범위, 주계약 조건 반영 여부 등 주요 계약조건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협상을 더 연장할 경우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공사비 산정과 계약방식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과 마찬가지로 공사비를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요구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상세설계 이후 실제 공사물량이 늘어날 경우 이를 정산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총액확정계약은 계약 당시 정해진 금액을 기준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공사 과정에서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원칙적으로 시공사가 관련 위험을 부담한다. 반면 물량 정산 방식은 설계 변경 등에 따라 공사비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어 계약 당사자 간 위험 분담에 차이가 발생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당초 2022년 최초 입찰 당시 양측은 원전 1기 건설에 대한 가격과 총액확정계약 방식에 합의했다. 그러나 2024년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입찰 과정에서 시공사 측이 단가 변경과 물량 정산을 요구하면서 입장 차이가 발생했다.


결국 한수원은 최초 합의한 단가를 바탕으로 국내 원전과 UAE 원전 건설 사례, 체코 현지 여건 등을 반영해 자체 산정한 가격으로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수원은 협상 과정에서 기준물량 증가를 가정해 시공금액을 상향 조정하고, 계약 체결 시점이 아닌 기본설계 승인 시점에 총액을 확정하는 절충안까지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초 입찰 당시 합의한 단가를 바탕으로 추가 업무와 물량 증가분을 반영해 시공비를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국내 전문기관의 검증을 통해 공사비의 적정성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공사비 산정 근거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직접비와 간접비의 구분 및 세부 산출 근거를 요구했으나 시공사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공사비 적정성을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약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차례, 최고경영자(CEO) 면담 2차례, 이견조정위원회 11차례를 진행했다. 특히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린 이견조정위원회에서도 가격과 계약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체코 발주사는 지난 9월 말까지 시공계약을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수원은 한국과 체코 정부가 참여하는 이행점검협의체를 통해 10월 말까지 협상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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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

한수원은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것보다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는 편이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일부 공정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협상을 장기간 연장할 경우 후속 설계와 인허가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국가계약법에 근거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신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잠재 시공사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개최하고 종합심사 평가기준을 마련한 뒤 입찰공고와 평가를 거쳐 내년 7월까지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기존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재입찰 기회는 열려 있다. 한수원은 관련 법령과 사업여건, 계약이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업체에 공정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직 후속 시공사가 정해진 것은 아니며 관련 법령에 따라 경쟁입찰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계약금액뿐 아니라 시공능력과 계약조건, 공정 준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에도 대비한다. 부대설비 설계와 중량물 운송로 설계·개발 등은 별도 계약을 통해 추진하고, 부지 정보 검증은 기존 계약을 활용할 방침이다. 공정관리 문서 작성과 임시숙소 대책 수립 등은 한수원이 직접 수행한다.


공정 지연·법적 분쟁 변수

다만 신규 시공사 선정까지 약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 지연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기존 설계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기존 컨소시엄과의 법적 분쟁 가능성도 변수다. 한수원은 이날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지만 공동협력협약 종료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향후 공식 통지와 내부 의사결정, 비용 정산 및 성과물 인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시공사가 협약 종료에 반발해 소송이나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수원은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병행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동협력협약 종료에 따른 비용 정산과 성과물 인계 등은 기존 컨소시엄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적 분쟁이 제기될 경우 사내외 법률 전문가와 협력해 대응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 결렬이 체코 원전 전체 사업의 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인 EDUⅡ와 두코바니 5·6호기 건설 주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전력기술과 종합설계용역 계약을,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공급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원전연료 공급을 맡을 한전원자력연료와 시운전·정비용역을 담당할 한전KPS와의 계약도 내년 체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시공 분야를 제외한 기존 협력체계는 유지되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번 시공계약 협상 결렬이 체코 정부와의 협력관계나 한국 원전산업의 대외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체코 정부 및 발주사와 협의하고 대체 수행계획과 사업 연속성 확보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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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관계자는 "시공 분야를 제외한 기존 팀코리아 협력체계는 유지된다"며 "정부와 체코 발주사, 협력사들과 긴밀히 공조해 주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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