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다녀 2억 타가던 시대' 끝났다…출근 도장만 찍던 日은행 '만년 부장'의 비명
근속연수 빼고 능력·직책 따라 퇴직금 산정
정사원 1만명 대상, 일부 직원은 지급액 늘어
일본 대형은행이 오래 근무할수록 퇴직금이 늘어나는 기존 방식을 없애고, 앞으로는 근속연수 대신 직원의 능력과 직책을 중심으로 지급액을 정하기로 했다.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틸수록 보상이 커지던 일본식 연공 서열과 이른바 '장기근속 공식'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2026회계연도 안에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과 퇴직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는 제도를 폐지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직원의 능력과 직책, 근속연수를 종합해 퇴직금을 산정했지만 앞으로는 근속기간을 계산 기준에서 제외한다. 일시금과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능력과 직책을 토대로 지급액을 정하고,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는 능력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몇 년 다녔나" 안 본다…퇴직금도 능력·직책 따라
개편 대상은 촉탁 사원(기간제 근로자)을 제외한 정사원 약 1만명이다. 제도가 바뀌면 장기간 근무했더라도 관리직 등 상위 직책으로 승진하지 못한 직원은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능력과 직책에 따라 지급액이 기존보다 20% 이상 늘어나는 직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법으로 정해진 일률적인 퇴직금 산정 방식이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 기업은 장기근속을 장려하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경험을 중시하는 고용 문화에 맞춰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더 많은 퇴직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속연수 자체보다 실제 업무 능력과 역할을 중심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닛케이는 AI가 사무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을 늘리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래 다닐수록 유리했던 日 퇴직금…이직 막는 '족쇄'로
그동안 일본 대기업의 퇴직급여 제도는 신입사원 일괄 채용과 종신고용을 전제로 설계돼 왔다. 젊을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대신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수록 경력 후반의 임금과 퇴직급여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일본 중앙노동위원회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대졸 종합직의 퇴직금은 근속 15년 기준 601만엔(약 5800만원)이었지만, 근속 30년에는 2009만엔(약 1억6990만원)까지 늘었다. 16년 차 이후에는 대체로 연평균 90만엔(약 760만원)씩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숙련된 인력을 조직에 붙잡아두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반대로 이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회사를 옮기면 기존 직장에서 쌓은 근속연수에 따른 혜택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운용과 디지털처럼 전문성이 높은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연공 중심의 퇴직급여 체계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근속연수 대신 능력과 직책을 중심으로 퇴직급여를 산정해 경력직 입사자의 불이익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이를 두고 은행 경쟁력이 전문 인재 확보에 달린 만큼, 연공 중심의 처우 체계를 손질해 경력 채용 인력에게도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퇴직금 없애고 월급에 포함…日 기업 전반으로 번지는 변화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 보상 체계를 손보려는 움직임은 금융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퇴직금 제도 자체를 축소하거나, 퇴직 시점에 몰아서 지급하던 재원을 매월 급여나 상여금으로 앞당겨 지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퇴직금 또는 기업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 비율은 2023년 기준 75%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보다 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제지업체 오지 홀딩스는 올해 봄 입사자부터 퇴직금 제도를 없애는 대신 해당 재원을 매월 급여에 반영하기로 했다. 종합상사 마루베니도 퇴직금 일부를 퇴직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고 상여금 형태로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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