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째 대형 철도 참사
정지 신호에도 운행 재개 지시
교통부 청사 앞 시위대·경찰 충돌

스페인에서 고속열차 두 대가 충돌해 최소 68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열차 안전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관제센터가 운행 재개를 허가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졌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시위가 벌어져 시민과 경찰들이 충돌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톨레도주 우르다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톨레도주 우르다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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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약 120㎞ 떨어진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국영 철도회사 렌페 소속 고속열차가 정차 중이던 민영 철도회사 이리오 소속 열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두 열차에는 총 540여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티야라만차주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가운데 5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15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두 기차엔 한국인 10명도 타고 있었고 이 중 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충돌 충격으로 일부 객차가 탈선해 선로 옆 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구조당국은 5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사고 원인으로는 열차 안전시스템 장애 이후 내려진 잘못된 운행 지시가 지목됐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은 사고 구간의 컴퓨터 통신 장애로 약 63㎞에 걸쳐 열차 운행이 자동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영 철도 인프라 관리회사 아디프가 수동 관제에 나섰지만, 정지 신호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렌페 열차의 운행 재개를 허가했다는 것이다.

푸엔테 장관은 "열차가 정지해 있고 빨간 신호가 켜져 있었는데도 관제센터에서 운행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며 사고 경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열차에는 감속 제한도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관제 과정에서 인적 오류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발생한 대형 고속열차 참사다. 지난 1월 남부 코르도바주 아다무스 인근에서는 고속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해 46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약 283일 만에 비극이 재현된 셈이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열차 사고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거리에서 대기 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열차 사고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거리에서 대기 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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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밤 마드리드 교통부 청사 앞에는 시위대 약 500명이 모여 산체스 총리와 정부 관계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에는 극우 성향 단체들이 참여했으며,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을 향해 병과 조명탄 등을 던지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시위대는 산체스 총리의 사진과 함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의 부패와 철도 안전관리 실패를 비판했다. 스페인 공공부문 노동조합인 독립공무원노조연맹(CSIF)는 푸엔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푸엔테 장관은 현재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산체스 정부의 안전관리 책임론도 불거졌다. 특히 스페인은 총연장 3900㎞가 넘는 유럽 최대 고속철도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설 유지·보수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스페인은 2018~2022년 고속철도망에 연평균 15억유로를 투자했지만, 유지·보수와 시설 교체·개선에 투입된 비중은 16%에 그쳤다. 열차 충돌과 탈선 등 철도 사고 건수도 2016년 45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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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 총리는 사고 현장을 찾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그는 "오늘 스페인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며 "부주의가 있었다면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두 차례의 대형 철도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속철도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29일부터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마드리드와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을 잇는 고속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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