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구글·애플, 637억대 과징금…솜방망이 처벌 논란
인앱결제 강제 금지규정 도입 5년만
국내 매출액에만 부과…EU와 최대 36배 격차
제재 실효성 높이려면 법 개정 필요성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 강제 등 불공정 행위로 총 637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부가 2022년 사실조사에 착수한 지 약 4년만에 내린 결론으로,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 규정을 도입한 이후 첫 집행 사례다. 국내 플랫폼 규제 중에서는 큰 규모지만, 앞서 비슷한 규제로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해외 사례와 비교되며 제재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8일 구글과 애플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각각 429억원, 208억1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양사는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만 허용하고 다른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해 앱 개발사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하면서도 이를 도입하는 앱 개발사에 26%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해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했다.
이번 제재는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 규정을 도입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첫 집행 사례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초로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직접 금지를 명시하는 법률을 마련했다. 구글이 2020년 인앱결제 의무화 대상을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고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계기였다.
구글과 애플은 정부의 이번 과징금 처분에 유감을 표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방미통위의 결정은 구글의 법 준수 노력은 물론 한국 개발자들의 혁신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해 온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애플도 "지금까지 취해온 조치들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오늘 결정을 아쉽게 생각하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국내에서 집행된 플랫폼 제재와 비교하면 이번 과징금은 상당한 규모다. 구글과 애플에 부과된 과징금 총 637억1000만원은 아고다(24억2400만원)의 약 26배, 어도비(13억900만원)의 약 49배에 달한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의 제재 규모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럽연합(EU)은 외부결제 안내를 제한한 애플과 구글에 각각 5억유로(약 7462억원), 4억3000만유로(약 64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도도 2022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등에 93억6440만루피(약 1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브라질은 애플과 외부결제 허용 등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시정 합의를 체결했다.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5000만헤알(약 38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과징금 규모가 차이나는 배경에는 제한적인 산정 기준이 있다. 과징금 산정 대상이 국내 관련 매출로 한정되는 데다 부과 비율도 낮아 전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구글·애플에 대한 제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위반행위와 관련된 국내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대 1~2%만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반면 EU의 디지털 시장법(DMA)은 해당 기업의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대 10%, 일본은 위반기간 상품·서비스 매출액의 최대 20%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30년 다녀 2억 타가던 시대' 끝났다…출근 도장만 찍던 日은행 '만년 부장'의 비명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과 막대한 수익을 고려하면 국내 제재 기준이 위법행위를 억제하기에 충분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의 징벌적 성격을 강화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추세인 만큼, 전기통신사업법 역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글로벌 빅테크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에 공감하며,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관련 입장을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