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9일)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 출시
비만약 시장 커지면 식품 소비량 감소 불가피
식품기업 '비만 주범' 꼬리표 뗄 시간
비만치료제 '마운고비(마운자로·위고비)'가 바꾼 것은 몸무게 앞자리뿐만 아니다. 식탁을 넘어 소비재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가장 직격탄이 예상되는 식품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식품 소비량 감소가 필연적인 탓이다. 실제 미국마케팅저널에서 공개된 연구 논문(The No-Hunger Games)에 따르면 GLP-1 사용자가 최소 한 명 이상 있는 가구는 투약 후 6개월 간 식료품 지출을 5.3%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가구는 이보다 더 지출을 줄였는데, 8.2%에 달했다.
한미약품이 29일 출시한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는 적게 먹는 '소식 사회'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에페는 첫 4주 공급가격이 마운자로의 반값인13만원으로 책정됐다. 에페의 등장으로 마운자로 등 기존 비만약 가격도 하락할 공산이 크다. 비용 부담으로 망설이던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GLP 계열의 비만약은 경구용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당뇨병과 체중 관리뿐만 아니라 심혈관 위험 감소와 수면 무호흡증, 알코올 사용 장애, 암 치료제로 확장 중인 만큼 향후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가구의 21%가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투약 중으로, 지난해 1월 9%에서 두 배 넘게 늘었다. 3089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도 가구당 식료품 지출은 5.5% 감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간식과 가당음료,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대신 농산물과 단백질, 단백질 보충제 구입은 늘었다는 것이다. GLP 사용자 61%가 달달한 스낵을 덜 구매한다고 답했고, 10%는 아예 구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당 음료를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6%, 알코올은 12%였다. 가구당 패스트푸드(QSR) 지출은 8.7% 감소했으며, 피자(22.2%), 치킨(11.6%), 커피·베이커리(8.0%), 햄버거(6.4%) 등의 순으로 소비가 감소했다. 반면 45%는 이 전보다 신선식품을 더 샀고, 35%가 단백질 가공식품 소비가 늘었다고 답했다. 그릭요거트(6.8%)와 육포(7.9%), 에너지 음료(7%) 구매도 증가했다.
이는 국내 식품사 실적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2분기 껌캔디 매출과 판매중량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3%와 300t 가량 줄었다. 이 기간 비스킷과 초콜릿 매출(3980억원)은 9.34% 늘었지만, 내수 판매중량은 오히려 소폭(116t) 줄었다. 지난해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제품가를 인상했는데, 올 들어 코코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열량 간식과 대용량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적은 양로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는 제품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화한 식품과 당류와 나트륨을 낮춘 제품을 더 잘 만드는 기업은 성장의 기회다. 외식과 배달음식도 한 끼의 양과 주문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PwC 조사에서 응답자의 35%는 낮은 가격에 더 적은 양을 요구했다.
배고프지 않은 시대, 식품산업은 더 건강하게 먹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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