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답하는 AI 로봇·현실과 가상 오가는 연극 한자리에
ACC 복합전시 3·4관서 무료…XR 체험은 사전 신청

삐뚤어진 전시 구조물 사이로 작품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부서진 몸의 AI 로봇은 관객의 말에 대답한다. VR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서 펼쳐지던 연극이 3D 캐릭터가 등장하는 가상공간으로 바뀐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T 페스티벌 2026’ 전시장 입구. 올해 주제인 ‘아이, 휴먼: 테크네세(世)에 응답하기’가 적혀 있다. 김완중 기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T 페스티벌 2026’ 전시장 입구. 올해 주제인 ‘아이, 휴먼: 테크네세(世)에 응답하기’가 적혀 있다. 김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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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ACT 페스티벌 2026'의 풍경이다. 올해 주제는 '아이, 휴먼: 테크네세(世)에 응답하기'. '테크네세'는 기술이 세상을 움직이는 주요한 힘이 된 시대를 뜻한다. 전시는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전시를 관통하는 말은 '글리치(Glitch)'다. 화면이 지지직거리거나 기계가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는 오류와 어긋남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이런 어긋남을 공간과 작품에 드러낸다. 빠르고 매끄럽게 작동하는 기술에 익숙해진 관객이 기술의 불완전한 모습도 살펴보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기모 ACC 학예연구관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돌아보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데 기획의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초입에서는 백남준의 '로봇 K-456'을 만난다. 백남준이 1964년 엔지니어 아베 슈야와 함께 처음 만든 로봇 작품이다. 이 로봇은 1982년 뉴욕에서 자동차에 치이는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됐다.

전시장에서는 1996년에 재구현된 '로봇 K-456'과 함께 과거 거리 공연과 사고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로봇의 재탄생과 죽음의 장면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T 페스티벌 2026’에서 관람객이 노진아의 ‘네르바 아티피시아’를 살펴보고 있다. 김완중 기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T 페스티벌 2026’에서 관람객이 노진아의 ‘네르바 아티피시아’를 살펴보고 있다. 김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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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곁에는 오늘날의 AI 로봇이 있다. 노진아의 '네르바 아티피시아'다. 관객이 말을 걸면 음성을 인식하고 AI를 통해 대답하는 로봇이다. 몸 곳곳에는 기계 구조가 드러나 있고, 몸 밖으로 여러 선이 뻗어 있다. 시선과 표정, 말소리에서도 사람을 닮았으면서 어딘가 다른 이질감이 느껴진다.


60여 년 전 등장한 로봇과 오늘의 AI 로봇을 나란히 바라보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불완전함도 눈에 들어온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상적인 체험은 몰입형 확장현실(XR) 연극 '블러(BLUR)'다. 실제 배우의 공연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관객이 헤드셋을 쓰면서 가상공간으로 이어진다. 문을 통과하면 새로운 시공간이 열리고, 평면 영상과 입체적인 세계가 잇따라 펼쳐진다.


가상공간에서 관객의 모습은 입자로 표현된다. 3D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실제 배우와 같은 공간에 서게 된다. 배우가 잔을 권하고 관객은 잔을 기울여 유리그릇에 붓는 동작에 참여한다. 가상공간을 걷다가 다시 현실의 연극 속으로 돌아온 셈이다.


'블러'는 크레이그 킨테로와 피비 그린버그가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에 초청됐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복제 기술과 죽음, 상실의 문제를 다룬다.


향과 바람도 더해져 눈과 귀 밖의 감각까지 공연에 끌어들인다. 관객은 '블러'를 통해 연극과 영화, 게임의 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체험을 한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T 페스티벌 2026’에서 관람객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발리 푸굴랭의 ‘트레이스: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를 체험하고 있다. 김완중 기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T 페스티벌 2026’에서 관람객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발리 푸굴랭의 ‘트레이스: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를 체험하고 있다. 김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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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푸굴랭의 '트레이스: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는 두 명에서 네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참여하는 VR 체험 작품이다.


참여자는 자신의 슬픔과 연결된 이미지를 마주하고 가상의 물건을 만진다. 다른 참여자와 빛을 모으는 등 함께 움직이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각자 헤드셋을 쓰고 있어도 다른 사람과 체험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번에 제작된 광주 버전에는 무등산의 풍경과 5·18의 기억이 담겼다. 작가는 광주에 머물며 무등산을 촬영하고 5·18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상의 나무에 걸린 사진과 참여자들의 상실을 담은 이미지를 위로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는 개인의 슬픔과 도시의 기억이 한 공간에 놓인다.


전시 중간중간 파편처럼 전시돼 있던 알라팝의 영상 '3-LA–애도사 II'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영상 속 AI 캐릭터는 이를 구현하던 소프트웨어 회사가 사라지면서 작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영상에는 캐릭터가 남긴 말과 움직임이 담겼다. 백남준의 로봇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에 이어, 작동이 중단된 AI를 어떻게 기억할지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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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페스티벌 전시는 오는 11월 8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블러'는 회당 최대 10명이 참여하며 소요 시간은 45분, 실제 체험은 약 35분이다. '블러'와 '트레이스'는 ACC 누리집에 연결된 네이버 폼으로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현장 참여는 잔여 자리가 있을 때 가능하다.


호남취재본부 김완중 기자 kimo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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