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증시·부동산 부진에 대체 투자처 부상
상하이금거래소 일주일 새 430톤 거래
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밀리자 중국 투자자들이 오히려 매수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투자처 선택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격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서다. 중국 최대 금 현물시장인 상하이금거래소에서는 대표 상품의 주간 거래량이 약 430t으로 급증했고, 금 적립상품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 우려가 국제 금값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의 수요가 가격 하락을 흡수하는 변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상하이금거래소(SGE)에서 순도 99.99% 금을 거래하는 현물 상품 'Au99.99'의 지난주 거래량은 4300만랏으로 집계됐다. 금 무게로 환산하면 약 430t으로, 지난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Au99.99는 거래대금을 전액 지급하는 현물 상품으로, 실물 금 시장의 거래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430t은 해당 상품의 전체 거래량으로,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순매수한 금의 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액으로 금을 나눠 사 모으는 은행의 적립식 상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납입해 그에 해당하는 금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금괴를 한꺼번에 살 목돈이 없는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다. 중국 주요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1~9월 금 적립상품 등을 통한 매입량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섰으며 지난주 금값이 추가 하락하자 매수세가 한층 강해졌다.
상하이금거래소가 지난 4월 공개한 보고서에 인용된 중국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은행들이 개인 고객에게 판매한 금은 2187t으로, 전년의 세 배를 웃돌았다.
증시·부동산 부진에 금으로 '머니 무브'
중국 투자자들의 금 매수 확대는 기존 자산시장의 부진과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증시는 지난 5월 고점 이후 시가총액이 약 2조4000억달러 감소했다. 원화로는 약 3185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표 지수인 CSI300도 최근 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주식시장의 투자 여건이 악화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5년 만기 국채 수익률마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줄어들었다. 주식과 부동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약해지고 채권의 이자 수익도 낮아지자, 금을 자산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오르면 채권 등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에 비해 상대적인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금 수요가 확대되는 것은 금리 전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 자산시장의 부진과 가격 조정이 겹치면서 금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민은행도 매입 지속…공식 보유량 2410t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금협의회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9월 금 23t을 추가 매입했다. 2023년 10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2410t으로 늘었고, 9월까지 23개월 연속 매입 행진이 이어졌다. 올해 3분기 매입량은 총 63t으로 집계됐다.
실물 시장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세계금협의회에 따르면 9월 상하이금거래소의 금 인출량은 92t으로 전월보다 48% 증가했다. 국경절을 앞둔 계절적 수요와 가격 하락에 따른 매수 움직임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 변수…중국 매수세 지속성 주목
국제 금값은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에 영향을 받으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 등과 비교해 투자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 23일 장중 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3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하락률은 약 7.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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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환경에서도 중국의 저가 매수세는 국제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중국 본토의 꾸준한 매입이 가격 하락 압력을 일부 완화하고,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안팎에서 버티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수요가 가격을 지지하더라도 미국의 금리 전망과 국제유가 등 거시경제 변수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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