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일 만에 시작된 선관위 특검 현장검증
직원 500여명 입장…경찰 3000여명 투입
출근길 막힌 시민 불만…시위대 곳곳서 충돌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소 시민들이 산책하고 출근길에 가로지르던 공원 내 핸드볼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행을 막아섰다. 경기장 주변에는 화환이 줄지어 놓였고, 출입구마다 피켓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6·3 지방선거 이후 147일 만에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투표용지 공개검증에 나선 날이었다.


28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서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공개 검증에 나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28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서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공개 검증에 나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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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경찰의 통제는 삼엄해졌다. 1-1 출입구 앞에 늘어선 화환은 10여개에 달했다. 그 옆 1-2 출입구에서는 '올공과학검증단' 로고가 새겨진 점퍼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모인 주변에는 '투표용지 미지급, 경위와 책임을 밝혀라' '재검표,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이 세워져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생중계했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오전 7시40분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 "대표님 믿습니다"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장 대표는 "147일 동안 단 한 순간도 중단 없이 올림픽공원을 지켜준 국민들께 감사하다"며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국민 검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을 향해 제기된 의혹을 낱낱이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인근 우리금융아트홀 출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당부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출입구 주변에서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일부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의원들이 자리를 옮길 때는 주변에서 "민주당은 물러가라"라는 고성도 터져 나왔다.


28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번 출구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 검증을 앞두고 시민들이 모여 있다. 박호수 기자

28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번 출구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 검증을 앞두고 시민들이 모여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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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하세요!"


오전 7시45분께 특검팀이 경기장으로 향하자 한 여성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곁에 있던 경찰이 여성을 제지했고, 이태한 특검을 비롯한 특검팀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이 출입구를 에워싸고 일반 시민들의 접근을 막으면서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선관위 직원들이 들어서는 출입구에서는 고성이 더욱 거세졌다. 오전 8시27분께 마스크를 쓴 직원 500여명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줄지어 경기장 안으로 향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선관위 해체" "범죄자가 왜 들어가냐" "마스크 벗어라"라고 외쳤다. 일부는 취재진을 향해 "언론사 내부 촬영해라"라고 요구했다. 직원들은 경찰이 확보한 통로를 따라 입장했다.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선관위 공무원노조 관계자가 '특검 조사 인권침해 의혹 객관적 진상규명 촉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홀로 서 있었다.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선관위 직원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구였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유튜버들은 노조 관계자에게 "선관위가 죽인 거야" "빨갱이 꺼져라"라며 고성을 질렀다.


28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서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공개 검증에 나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28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서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공개 검증에 나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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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중계하던 유튜버들 사이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고성을 주고받자 주변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오히려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소리도 안 지르던 사람들이 왜 와서 싸우느냐"라고 했고, 다른 참가자는 "유튜버들끼리 싸우는 거잖아. 쟤들은 저게 직업이야"라며 혀를 찼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48개 부대와 대화경찰 150명, 형사·수사 인력 300명 등 3000여명을 투입했다. 경기장 출입구 주변의 텐트 7동과 피켓 등을 정리해 진입로를 확보하고, 바리케이드로 일반 시민의 출입을 통제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특검팀 110여명이 송파구 투표지 약 247만장의 수량과 위조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검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증은 이날 자정까지 약 15시간 동안 이어질 계획이다. 이번 검증은 선거 결과를 다시 산정하는 법적 의미의 재검표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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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주변에 경찰과 시위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공원을 이용하던 주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통제된 진입로 앞에서는 출근하던 시민들이 자전거를 돌리고, 아침 운동을 나온 주민들이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자전거로 출근하던 송파구 주민 한모씨(51)는 "오늘이 특검 날인 줄도 몰랐는데 경찰이 쫙 깔려 돌아가라고 한다"며 "이러다 늦을 것 같은데 길을 다 막는다는 말은 없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연차를 내고 달리기 운동을 하러 왔다는 강동구 주민 최인택씨(39)도 "계속 돌아가라고 해서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며 "국가에서 필요한 일이라지만 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라고 했다.



[르포]"범죄자가 왜 들어가냐" "아침 러닝 망쳤다"…아수라장된 '올림픽공원' 원본보기 아이콘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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