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 확산에 'PD수첩' 출연
"1974년 수사 결과에 질문 던졌을 뿐"
박정희 배후설 부인하며 제작 의도 설명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허진호 감독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배후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허 감독은 해당 의혹을 영화에 담으려 한 적이 없다며 논란의 핵심 쟁점에 선을 그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과 정치권의 상영 철회 요구, 출연 배우들을 향한 항의 등을 집중 조명했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허진호 감독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배후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날 방송에 출연한 허 감독은 박 전 대통령이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사전에 알고 묵인하거나 직접 기획했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던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일을 시킬 수 있을까? 자기 아내를?"이라며 "상상하기조차 싫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설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영화 개봉 전 2만명 이상의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사회와 언론 시사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해석했다는 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봉 이후 이 같은 해석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한 상황에 대해 "저도 왜 이렇게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육영수 피격 사건 다룬 영화…왜 역사 왜곡 논란 불거졌나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사건을 바탕으로, 공식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과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는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한다. 유해진이 연기한 형사 철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사건에 공범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추적하며 당시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까지 의심한다.
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논란은 이 같은 영화적 설정에서 시작됐다. 일부 정치권과 보수 진영에서는 영화가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이 부인의 피격 사건에 연루됐다는 음모론을 부추기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도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제작진은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제기된 의문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창작물이라는 것이다.
허진호 "1974년 수사 발표와 2005년 다큐멘터리 간극 컸다"
허 감독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영화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며, 가족들과 함께 육 여사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슬픔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후 2005년 방송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영화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영화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며, 가족들과 함께 육 여사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슬픔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원본보기 아이콘허 감독은 "1974년 수사 발표와 2005년에 나온 것들 사이 간극이 크더라"며 사건을 영화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다큐멘터리에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경호관과 감식 관계자, 문세광의 행사장 출입과 관련된 경호 책임자 등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포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기존 수사 결과와 이후 제기된 의혹 사이의 차이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1974년도 수사 발표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2005년도에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도 있었던 것 같다"며 "주요 언론들, 역사학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을 가지고 저는 영화를 만들었고, 질문을 극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74년도에 나온 그 결과에 따르지 않고 새로운 얘기를 하느냐', '왜 거기에 대한 의문점을 다느냐'는 지적은 제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배우 집 앞 시위에 광고 불매까지…영화 밖으로 번진 갈등
영화를 둘러싼 갈등은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직접적인 항의로 확산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는 일부 단체의 규탄 시위가 벌어졌으며,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한 기업의 온라인 광고 영상에도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다. 이민호와 류혜영 등 다른 출연 배우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비난 댓글이 달렸다. 작품에 추천평을 남긴 배우들에게까지 항의가 이어지면서 논란의 범위가 확대됐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출연진과 관객의 안전 등을 고려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예정됐던 무대인사를 취소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야외 무대인사, 배우 이민호의 토크 행사 등 영화 관련 일정도 잇따라 취소됐다.
정치권의 대응도 이어졌다. 국정감사에서는 영화 제작 과정과 관련해 압수수색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 109명은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영화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화를 둘러싼 갈등은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직접적인 항의로 확산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는 일부 단체의 규탄 시위가 벌어졌으며,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한 기업의 온라인 광고 영상에도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영화계에서는 작품에 대한 비판과 창작자를 향한 공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세 감독은 창작자의 상상력을 제약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으며, 문현성 감독도 과거 금지 가요처럼 영화가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제약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역시 사회적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것은 예술가의 역할이라는 취지로 창작의 자유를 강조했다. 반면 영화에 비판적인 측은 역사적 실존 인물과 국가적 비극을 소재로 다루는 만큼 창작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영화적 허구가 실제 역사에 대한 관객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논란 속 338만 관객 돌파…흥행과 비판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에도 영화는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7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 338만2132명을 기록했다. 개봉 6주 차에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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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초기 흥행과 비교해 논란이 본격화한 이후 관객 동원 속도는 둔화했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하루 평균 약 35만명이 관람했지만, 이후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하루 평균 관객은 약 6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연휴와 평일의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논란의 영향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허 감독의 이번 해명으로 영화의 제작 의도는 보다 분명해졌지만, 작품 속 역사적 가설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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