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소비 강국 넘어 제조업 경쟁력 높이고 신산업 키워야
국산 제조 AI로 철강공장 연료비 4억원 절감…해외 진출도
대기업 AX 시작됐지만 중소기업은 관망…비용·인력 부족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 확보가 과제
한국이 인공지능(AI) 소비 강국을 넘어 AI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과제를 맞았다. 지난해 '깐부회동'을 계기로 확보에 속도를 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AI 활용을 넓혀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대기업들은 변화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AI 도입은 아직 더디다"며 기업 간 격차를 지적했다. 최재식 KAIST 교수는 "GPU는 엔비디아가 팔지만, 여기에 꼭 필요한 메모리는 우리가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며 한국 산업의 강점을 AI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공장 운전…국산 제조 AI 해외 진출도=KG스틸은 지난 14일 당진공장 소둔로에 AI를 적용해 최근 1년간 액화천연가스(LNG) 비용을 약 4억원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최 교수가 대표를 맡은 인이지와 개발한 기술이다. AI가 강판의 종류와 두께, 생산속도 등을 분석해 적정 온도를 예측하고 운전 조건을 조절한다.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공정 제어를 AI로 정교하게 관리한 것이다.
국산 기술의 해외 진출도 시작됐다. 일본 나카야마제강은 인이지의 가열로 운전 최적화 기술을 실증한 뒤 지난해 12월 정식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결산설명자료에서는 에너지 원단위를 약 4.2%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서 AI를 활용한 혁신과 사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AI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보다 외산 플랫폼의 우수한 기술도 활용하면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GPU에 한국의 HBM이 들어가는 것처럼 제조 AI에서도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은 시작했지만, 중소기업 AX는 관망=문제는 AI 활용이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민간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 적극적으로 AX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준비를 하고도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개발·도입 비용도 많이 들어 투자 대비 수익(ROI)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소 제조기업은 데이터 정비부터 AI 시스템 구축, 기존 설비와의 연계까지 부담이 크다. 전문인력과 자금도 부족하다. AI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도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 공동으로 AI 에이전트와 제조 AX 등 11개 사업에 4230억원을 지원하는 통합공고를 냈다. 김 대표는 공공 부문이 초기 수요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소비는 세계 상위권…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해야=한국의 AI 활용 수준은 세계 상위권이다. 오픈AI는 지난해 5월 한국의 챗GPT 유료 구독자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2026년 2분기 글로벌 AI 확산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생성형 AI 이용률은 40.6%로 세계 12위였다. 세계 평균 18.8%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높은 이용률이 국내 AI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 교수는 깐부회동 이후 국내 소비자용 AI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외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더라도 국내 AI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제조업 등 강점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혁신과 사업화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중국과 대만의 적극적인 AI 활용 움직임을 언급하며 국내 기업들도 산업 현장의 AI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잘 만들어도 잘 써야 한다"며 "AI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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