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는 연금에 65세 넘어서도 일터로
'연금 사각지대' 가입기간 확보 위한 정책 필요

평생 건설 현장 등을 전전하며 정규직 명함을 쥐어본 적이 없는 70대 A씨의 연금은 동년배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려 은퇴할 나이에도 다시 일터로 나가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청춘을 정규직으로 보낸 동갑내기 B씨는 곱절 이상의 연금을 받으며 온전한 은퇴의 여유를 누린다.

두 사람의 엇갈린 황혼은 노동시장 경력이 연금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나타낸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연금포럼 제102호에 게재된 '과거 노동시장 경력이 노후소득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공적연금의 역할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60세 이전 상용직 누적 종사 기간이 15년 미만이거나 전체 근로 경력의 절반을 밑도는 '취약 노동시장 경력 집단'의 연간 연금소득이 전체 평균의 51.2%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상용직 근로경력 15년 이상의 '중심부 경력 집단'과 비교하면 연평균 연금소득이 366만9000원 적었다. 한 달로 치면 약 30만원 차이다.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의 폭염일 때 발표되는 ‘폭염중대경보’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전북 등으로 확대된 4일 서울 용산구에서 폐지수집 어르신이 시원한 물병을 꼭 쥐고 이동하고 있다. 2026.08.04 윤동주 기자.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의 폭염일 때 발표되는 ‘폭염중대경보’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전북 등으로 확대된 4일 서울 용산구에서 폐지수집 어르신이 시원한 물병을 꼭 쥐고 이동하고 있다. 2026.08.04 윤동주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노동시장 격차→연금 격차→반강제적 노동 '악순환'

이 연구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의 10차(2007년)~27차(2024년)의 자료를 근거로 65~80세 남성을 상대로 조사했다. 보고서의 연금소득은 '사회보 수급액'을 통틀어 가리키는 개념이다.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산재보험, 보훈연금, 고용보험 및 기타 사회보험 등을 모두 아우른다. 다만 "분석 대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연금 및 특수직역연금 이외의 사회보험 수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의외로 가구 총소득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약 노동시장 경력 집단의 가구 총소득은 전체 평균의 97.7% 수준에 달해 표면적으로는 큰 격차가 없다. 금액으로는 연간 95만9000원 차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취약 집단에 속한 개인이 65세 이후 근로를 지속할 가능성이 2.5%포인트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취약 노동시장 경력 집단의 일부가 노후에도 노동시장에 계속 참여함으로써 가구소득을 보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은퇴를 반강제적으로 유예당한 채 연금의 빈자리를 채워 넣는 씁쓸한 현실이 가구 총소득 숫자 속에 숨어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노인들이 가장 가난하다는 지표도 벼랑 끝에 내몰린 생계형 노동이 많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2023년 기준), 65세 이상 빈곤율은 39.7%(2024년 기준)로 각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65세 이상 고용률·빈곤율 OECD 1위…"가입 연령 상향 넘어 맞춤형 개혁 필요"

60세 전 상용직 경력 15년 미만, 연금소득 年 367만원 적다…노동시장 격차가 만든 '연금 양극화' 원본보기 아이콘

노동시장의 격차가 노령층의 소득격차로 굳어지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연금의 역할론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은 출산과 병역, 실업 등 크레딧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크레딧은 가입 기간을 임의로 늘려 향후 수령액을 높여주는 제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청년 생애 첫 연금보험료 지원' 사업도 비슷한 취지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전업주부나 18~27세의 무소득 청년 등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 가입 대상에서 배제됐던 적용제외자 667만명을 지역가입자 내 납부예외자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향후 추후 납부를 통해서라도 연금 수급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조정하는 방안도 정년 연장과 맞물려 논의되고 있다.

AD

보고서를 집필한 오태희 인천대 교수는 "가입 가능 연령 조정만으로는 취약 노동시장 경력 집단의 노후소득 보장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며 "실제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저소득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과 납부예외자의 재가입 유도, 자영업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가입 관리 강화 등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취약 경력 집단 내에도 저연금 위험에 노출된 이들과 자영업 경력 등으로 자산이 축적된 이들이 혼재하는 만큼, 정책 지원의 필요성과 방식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