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보급률 3%인 국가도"…폭염에 죽어가는 지구촌 피해 양극화 심각
에어컨으로 연 36만명 사망 예방 추정…HDI 낮은 국가 보급률 3%
청정에너지 투자 늘어도 화석연료 보조금 여전
전문가들 "건강 중심 기후정책·국제 공조 강화해야"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피해가 국가별 에너지 접근성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각국의 대응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2026 건강 및 기후변화 카운트다운' 보고서는 에어컨 사용으로 2022년과 2023년 각각 36만명 이상의 더위 관련 사망 사고가 예방됐지만 보건·교육·소득 수준을 종합한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은 국가에서는 에어컨을 보유한 가구가 3%에 불과해 사망자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약 7억3000만명은 여전히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가정 내 고체연료 사용에 따른 실내 공기오염으로 2023년 최소 2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으며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와 관련된 사망자도 연간 278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30일 강원 속초의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파라솔로 햇볕을 가린 채 작업하고 있다. 랜싯의 2026년 보고서는 폭염에 따른 노동능력 저하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조700억달러의 잠재 소득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 제공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이 여전히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사상 최대인 2조1000억달러(약 2780조원)로 화석연료 투자액의 두 배에 달했다. 동시에 2024년 조사 대상 87개국의 화석연료 보조금 규모는 9060억달러(약 1200조원)로,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가격제를 통해 거둔 수입의 약 10배에 달했다.
미켈 곤살레스 에기노 스페인 바스크기후변화연구센터(BC3) 연구교수는 "기후 대응은 여전히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화석연료 사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청정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집단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는 "기후변화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피해가 얼마나 빠르게, 광범위하게, 어떤 사회집단에 집중돼 나타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기후위기 대응이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과 비용의 분배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는 농업과 건설업 등 야외 노동 분야의 고령층과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폭염 피해가 집중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병원 대기 1시간 반, 그냥 3만7000원 낼까"…'의료 패스트패스' 등장에 日 '발칵'
민혜숙 건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후 관련 보건 정책은 이미 발생한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 중심이었다"며 "기후와 에너지, 산업 정책 전반을 조정할 권한을 가진 범부처 거버넌스가 건강을 기후 대응의 공동 목표로 설정하고 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