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도내 산림 곳곳이 적갈색으로 물들었다. 얼핏 이른 단풍이 든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가 죽어가거나 고사한 모습이다.


기후변화로 소나무재선충별 매개충의 활동 범위와 기간이 확대되면서 전국 177개 시·군·구에서 177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며, 그중 전국 피해 규모 82%는 경북과 경남 지역 27개 시·군에 집중됐다.

경남도는 27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에 대해 '국가적 재난 수준'이라 분석하며 국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 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고사목이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지자체별 분절적 대응과 한정된 지방재정으로는 급격한 확산세 차단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경남 창녕군 고암면의 한 야산. [사진제공=경남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경남 창녕군 고암면의 한 야산. [사진제공=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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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사회재난'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국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인력, 예산 등을 긴급 지원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피해목을 훈증, 파쇄 등 사후 제거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인공지능(AI) 드론 예찰, 위성 모니터링 등 첨단 과학 방제 기술 표준화와 현장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제 과정에서 산주의 재산권 행사 제한과 피해목 벌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손실보상 기준을 제도화하고, 사유림 산주가 방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공익적 방제 직불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대통령실과 국회의장실, 행정안전부 장관실, 산림청장실, 여야 원내대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도내 국회의원실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관련 안건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완수 지사는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지금 막아내지 못하면 회복 불가능한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국가 재난에 준하는 대응체계 구축과 안정적인 재정 지원, 근본적 방제 기술 개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남 도내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 [자료제공=경남도]

경남 도내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 [자료제공=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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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은 외래종인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등에 수만마리씩 기생하는 1㎜가량의 선충으로 매개충이 소나무류의 잎을 갉아 먹을 때 생긴 단면을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침입한 재선충이 수분과 양분이 이동하는 수관을 막아, 감염된 소나무는 최상단부터 말라붙어 낙엽이 지듯 적갈색으로 변하다 결국 고사한다. 아직 치료제가 없어 고사율은 100%다.


올해 경남 도내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는 31만 그루로 집계됐다.


방제 대상 나무는 2022년 22만 그루에서 2023년 42만 그루, 2024년 45만 그루, 2025년 58만 그루, 2026년 111만 그루로 급격히 늘었다.


도내 18개 시·군 전체에서 감염목이 발생했고 그중 사천, 김해, 하동지역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양산 통도사 무풍한송로와 하동 송림 등 주요 국가유산과 지리산국립공원을 비롯한 주요 산림 생태계도 소나무재선충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소나무 뿌리에 공생하며 자라는 송이버섯을 생산하는 임지의 임업인 소득 감소와 보호수·생활권 소나무 고사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이재철 경남도 환경산림국장이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관련 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이재철 경남도 환경산림국장이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관련 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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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그간 산림청과 시군, 관계기관과 협력해 방제사업과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지자체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도내에 있는 국가유산과 국립공원까지 도가 우선 관리하기 때문에 정부의 상반기 방제 관련 예산과 하반기 재해대책비로는 도내 소나무재선충 피해지역 방제 예산이 충분하지 않고 지방비 부담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당초 정부 예산에 소나무재선충 방제 관련 예산을 포함해, 연초부터 방제가 계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비 예산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철 환경산림국장은 "소나무는 우리 민족 역사와 정서를 함께해 온 상징이자 국토의 생태 축을 지켜온 소중한 산림자원"이라며 "국가유산과 생태계, 지역공동체 미래를 동시에 위협하는 생태적, 문화적 국가재난 대응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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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남도는 특별방제구역인 사천, 김해, 밀양, 창녕, 하동 등 방제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제체계를 강화하고 피해 확산 차단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정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소나무 숲과 국가유산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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