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수요 기반·장기자금조달…닷컴버블·금융위기와 차이
외부자금 의존도↑·부외금융 증가·공급망 내 순환거래 위험
수익화 지연·네오클라우드 등 약한 고리 부실 경계
"AI 공급망 밀착된 韓, AI발 금융충격 증폭 전달 가능성"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비롯된 위험은 수익성 기대 약화뿐 아니라 취약 부문의 신용리스크가 실제로 터지면서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네오클라우드(AI 전문 클라우드) 등의 장비 임대나 구매 약정 이행 차질, 채무불이행이 거래 상대방 기업과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지면서 서로 얽힌 금융 경로를 통해 충격이 번져나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AI 호황의 최대 수혜국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AI에서 시작된 실물·금융 충격이 과거보다 증폭돼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잠재적 취약성 누적과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보다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엔지니어가 작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엔지니어가 작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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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은행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AI 산업 자금조달의 주요 특징과 리스크 평가(김윤경·왕재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AI 산업 내 자금조달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빚(부외금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AI 공급망 내부에서 상호 의존하는 구조로 투자와 금융지원 등 금융 연계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5개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의 시설 투자 비용(자본지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1.1, 내년에는 0.9까지 떨어져 내년에는 자본지출이 영업이익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5~2028년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금액 2조9000억달러 중 절반에 달하는 1조5000억달러가 외부자금으로 조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들어 하이퍼스케일러는 장기 회사채를 통해 네오클라우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보로 잡은 대출이나 전환사채를 중심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크게 늘렸다. 김윤경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과장은 "하이퍼스케일러는 손실 흡수 여력이 양호하나, 네오클라우드는 높은 부채비율, 특정 고객에 편중된 매출구조로 금리 상승, 수요 둔화 등 외부여건 변화에 취약해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하이퍼스케일러 역시 AI 산업에서 장기부채 의존도가 커진 만큼, 수익 창출이 늦어지거나 기술 발전으로 기존 장비·시설이 빠르게 쓸모없어질 경우 부채 만기 이전에 현금흐름과 자산가치가 감소하면서 AI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부외금융 증가도 리스크 요인이다. AI 기업은 자금조달 제약을 줄이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특수목적기구(SPV)·합작법인(JV)을 따로 세워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끌어오는 등 장부 외 차입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가 합작법인 형태로 발행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잔액은 올해 1080억달러 이상에서 내년 3000억달러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런 거래가 실질적으로 부채와 유사한 부담을 재무제표 밖에 발생시키는 '그림자 차입' 성격을 띤다고 평가했다. 복잡한 손실 구조로 최종적으로 위험을 누가 떠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리스크를 과소평가할 우려도 있다.


김 과장은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SPV나 JV에 투자한 하이퍼스케일러의 지분가치가 떨어지고 대신 빚을 갚아주거나 장기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지만, 재무제표만으로는 그 위험을 제때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SPV나 JV가 빚을 못 갚거나 담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여기에 대출·투자를 해준 금융기관과 사모펀드로 손실이 퍼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공급망 안에서 금융 연계가 심해지는 것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칩 제조사가 공급망 안의 기업에 지분 투자나 자금 지원을 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이 다시 자사의 클라우드나 AI 칩을 사주도록 해 미래 매출을 확보하는 순환거래 규모는 크게 확대했다. BIS는 AI랩·하이퍼스케일러·AI 칩 제조사 사이에 오가는 순환 금융의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 과장은 "컴퓨팅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점을 볼 때 과거 닷컴버블 때보다는 위험도가 낮지만, AI 산업의 기대 수익을 과대평가하고 충격이 금융과 실물 경제로 번질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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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선도기업의 양호한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AI발 금융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서 취약성이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험을 촉발할 주요 요인으로는 ▲AI 수익화 지연 ▲네오클라우드 등 약한 고리의 부실 ▲순환 금융으로 인한 충격의 금융·실물 전이 위험 등이 꼽혔다. 김 과장은 "예상되는 리스크 파급 경로는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특징을 일부 닮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현재의 AI 투자는 실제 수요에 기반하고 있고 장기자금조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닷컴 과잉 투자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단기자금시장 경색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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