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30만명 돌파
관광객 증가에 단기임대 전환 유인
전월세 감소시 임대료 상승 압력 확대

편집자주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가깝고 아늑한 곳입니다. 집에 묶여 살면서 집을 사고파는데 필요한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는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필요한 지식을 채워드리기 위해 3주에 한 번씩 [집테크]를 싣습니다.

영화 '노팅 힐'을 보고 나면 런던의 유명 관광지보다 작은 서점과 골목길이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이 살던 파란 대문 앞을 걸어보고,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며 며칠쯤 살아보고 싶어진다. 영화와 문화가 만들어내는 여행의 욕망은 명소를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때 여행객에게는 호텔 객실뿐 아니라 주민들이 사는 동네의 집도 숙소의 선택지가 된다. 이러한 수요가 주택시장으로 들어오면 관광의 성장은 임대시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전세와 월세 부담이 함께 커지는 시기에는 추가 수요와 주택 이용 방식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통계를 분석하면, 중위 전세가격은 2025년 12월 5억900만원에서 2026년 9월 5억6500만원으로 11.0% 올랐다. 같은 기간 중위 월세가격은 124만원에서 140만원으로 12.9% 상승했다.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부담과 매달 월세를 지출하는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흐름이다. 중위 월세의 차액은 월 16만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92만원이다. 같은 기간 월세 보증금의 중위가격도 9.1% 상승했다. 중위 월세와 중위 보증금은 서로 다른 계약에서 산출될 수 있어 이를 합쳐 개별 가구의 부담 증가액으로 볼 수는 없지만 두 지표가 함께 올랐다는 점은 임차인이 감당해야 할 월 지출과 목돈 마련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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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임차 부담이 커지는 시장에 외국인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3247명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은 30만8838명으로 17.1% 늘었다. 일 년 사이 4만5063명이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수요를 관광객의 숙박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학생 증가는 대학가 임대 수요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이 학생을 더 유치하면서 기숙사 등 주거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추가 수요는 주변 원룸과 다가구·다세대주택으로 향한다. 내국인 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찾는 집에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가 더해지는 것이다.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더 비싼 월세를 지불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급이 쉽게 늘어나기 어려운 대학가에 임차인이 추가된다는 사실 자체가 임대료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의 증가는 공급 측면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택형 숙소나 단기임대 수요가 커지면 집주인은 기존 전월세와 다른 운영 방식의 수익을 비교하게 된다. 숙박업과 주택 임대차는 적용되는 요건이 다르지만 관련 요건을 갖춘 기존 전월세 주택이 숙소나 단기임대로 바뀌면 오래 거주할 집을 찾는 세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집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아도 전월세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유학생 등 임차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일부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다면 임대료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 연합뉴스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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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 아파트 전월세 상승을 외국인 증가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파트 통계는 서울 임대시장의 전반적인 부담 증가를 보여주는 배경이며, 외국인 수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과 주택유형별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금리와 신규 공급, 전세의 월세 전환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다만 이미 임차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국인 수요까지 확대된다면, 이를 수용할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주거비 상승 압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향은 서울 전역에 고르게 나타나기보다 대학가와 관광지 인접 지역, 업무시설 접근성 좋은 소형 주택 시장에 집중될 수 있다. 단기임대의 높은 표시 가격이 곧 집주인의 높은 수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가구와 집기, 관리비용, 수수료와 공실 부담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감안하고도 장기임대보다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서 전환 유인이 커진다. 기존 공실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수요를 받아내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임대 주택을 전환한다면 기존 임차인의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 두 경우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유치 정책과 주거·숙박 공급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대학의 유학생 유치에는 주거 확보 계획을 연계하고, 관광객 증가에 맞춰 적절한 숙박 공급도 준비해야 한다. 지역별 단기임대 이용량과 계약 기간, 기존 전월세 주택의 전환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외국인 수요가 어디에 집중되고 어떤 공간을 이용하는지 알아야 공급 대책도 구체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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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거비는 이제 내국인 가구 수와 주택 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임대 수요의 한 축이 되고,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는 기존 주택의 이용 방식을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늘어난 수요에 맞춰 주거·숙박 공간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 도시의 인기는 주민과 유학생 모두의 주거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KB국민은행 스타자문단 김효선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집테크]서울의 인기, 높아지는 주거비 원본보기 아이콘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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