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AI 붐에 월세 폭등
월세 800만원…중산층도 생계 압박
시, 연소득 4억 가구에도 보육비 절반 지원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부가 집중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소득 4억원이 넘는 가구까지 공공 보육비 지원을 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I 기업의 고임금 일자리와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생활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고소득 가구조차 자녀 양육과 일상적인 생활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제적 번영이 오히려 중산층의 삶을 압박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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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억3000만원도 지원 대상"…보육비 부담 던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는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32만5000달러(약 4억3100만원) 이하 가구에 보육비의 50%를 지원한다. 연 소득 23만5000달러(약 3억1100만원) 이하 가구는 보육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미국 가구 중위소득의 3.5배를 웃도는 소득 수준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될 만큼 현지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지원을 받는 시 소속 심리치료사와 시간제 소아과 간호사 부부는 합산 소득이 연 23만5000달러 미만이지만, 매달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으로 6400달러(약 848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으로 2200달러(약 292만원)를 지출한다. 식료품비까지 아껴야 하는 이들은 "보육비 지원이 없었다면 도시를 떠나야 했을 것"이라며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려면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5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시청 정책보좌관과 AI 스타트업에 다니는 부부도 합산 연봉이 30만달러를 넘지만 보육비의 절반을 지원받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경.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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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시는 연간 2억3800만달러(약 3150억원)를 투입해 550여개 보육시설과 9300여명의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재원에는 2018년 주민투표로 도입된 상업 총 수입세의 미사용 예산 등이 포함된다. 지원을 통해 자녀 1명당 연간 최대 3만6000달러(약 4770만원)의 보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 대니얼 루리 시장은 교사와 간호사, 경찰, 소방관, 운전사 등 도시 운영에 필수적인 인력이 생활비 부담 때문에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월세 600~800만원…임대료 비상사태 선포

보육비 지원 확대의 배경에는 AI 산업 성장에 따른 주거비 급등이 있다. 현지 부동산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침실 1개형 아파트 월세 중간값은 4060~4495달러(약 600만~630만원)로, 미국 전체 평균인 1900달러의 2.4배에 달한다. 침실 2개형 아파트 월세는 5700달러(약 880만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임대료 상승률은 침실 1개형이 21.9%, 침실 2개형이 22.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의 침실 1개형 월세 중간값 상승률이 0.4%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AI 기업의 고소득 인력 유입과 투자 확대가 주택 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안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신규 주택 건설 허가 처리 기간은 평균 280일로, 샌디에이고(134일)와 오스틴(91일)보다 길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하자 루리 시장은 2026년 9월 임대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 당국은 임대료 규제 대상 주택의 연간 인상 폭을 최대 10%로 제한하고, 연방 주택 바우처 지원 만료로 생기는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2700만달러(약 363억원)를 투입하는 등 세입자 보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경. 게티이미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경.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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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제한 없는 한국…양육 부담은 주거비에

샌프란시스코의 보육 지원은 한국의 아동·보육 지원 정책과도 대비된다. 한국은 소득과 관계없이 부모 급여와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2026년 기준 부모 급여는 만 0세 월 100만원, 만 1세 월 50만원이며, 만 9세 미만 아동에게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별도로 지급된다. 어린이집 이용 시에는 보육료 바우처를 적용하고, 만 4~5세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보육비 지원에도 올해 470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원 대상은 약 50만3000명이며, 정부는 2027년 만 3세까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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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국 모두 양육 가구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높은 주거비를 빼놓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8600만원, 평균 매매가격은 13억7000만원이다. 월세 중윗값도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 140만원 수준이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3배로,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을 전혀 쓰지 않고 10년 이상 모아야 중간 가격대 주택을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 비율(RIR) 역시 서울이 22.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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