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경제적 용도에 따라 쓸 의사 없어
불법영득의사 불인정
절도·공무집행방해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한 원심 깨고 파기환송

경찰 영장 한 달간 안 돌려준 80대…대법 “절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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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집행 중이던 압수수색 영장을 빼앗아 숨긴 뒤 자신이 뺏긴 물건과 교환하자고 요구한 8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절도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영장을 훔쳐서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절도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8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25년 1월 8일 경찰이 김씨의 자택에서 그의 아내에 대한 주택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이던 중 발생했다. 당시 경찰이 김씨 명의의 은행 및 카드 명세서 30장을 압수하자, 김씨는 "압수할 물건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김씨는 명세서를 빼앗아 반환을 거부하다 이를 되찾으려는 경찰관을 밀쳤고, 경찰이 명세서를 다시 회수하자 이번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압수수색 영장 원본과 압수목록 교부서 등을 가져가 소파에 깔고 앉았다. 이어 "내 명세서를 돌려주면 이 서류도 다시 주겠다"며 버텼다. 이 과정에서 반환을 요구하는 경찰관의 손등을 때리고, 철수하는 경찰관의 뒤통수에 소금 뭉치를 던지기도 했다. 김씨는 20여 일이 지난 2월 4일에서야 수사관의 추궁을 받고 영장을 임의제출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씨가 압수수색 영장 등을 빼앗아 한 달 가까이 돌려주지 않은 행위를 '절도'로 볼 수 있는지였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씨의 공무집행방해와 절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차례 반환 요청을 거부했고, 장시간 서류를 점유한 만큼 일시적 사용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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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장시간 점유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려면 물건을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며 "압수수색 영장 원본은 일반 사인이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피고인도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을 주겠다'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용법에 따라 사용하려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절도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두 혐의가 경합범 관계로 묶여 하나의 형이 선고된 만큼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환송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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