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ETF '투자한도 100%' 믿었다간 낭패…금감원, 위험등급 병기 추진
"투자한도 외 위험등급도 확인해야"
내년 1월부터 '위험등급' 동시 표기
퇴직연금에 투자한도가 100%로 표시된 상장지수펀드(ETF)라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퇴직연금사업자가 상품의 위험등급을 안내하지 않고 투자한도만 표시해 가입자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내년 1월부터 매매 화면과 상품제안서 등에 투자한도와 위험등급을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한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 가운데 ETF 투자 규모는 99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2023년 말 9조원이었던 ETF 투자 규모가 2년여 만에 10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실적배당형 상품 전체 규모는 49조1000억원에서 198조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ETF 위험등급이 '매우 높은 위험(1등급)'부터 '매우 낮은 위험(6등급)'까지 다양하게 분포 중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퇴직연금사업자가 모바일·인터넷 매매 화면에서 상품의 위험등급을 안내하지 않고 투자한도만 표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같은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오인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한도 100%'는 상품의 원리금 보장성 표시가 아니다"라며 "'주식 비중 50% 미만 등' 조건을 갖춘 '투자위험 낮춘 상품(ETF)'도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과 동일하게 '투자한도 100%'로만 안내해, 퇴직연금 가입자가 이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원리금보장형 상품뿐 아니라 주식 편입 비중 50% 미만 등 일정 요건을 갖춘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도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반면 위험상품의 투자한도는 적립금의 70%다.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으로 분류된 ETF도 위험등급이 바뀔 수 있다. 해당 상품은 최초 설정 시 위험등급 4등급 이하로 분류되지만, 3년이 지난 뒤에는 수익률 변동 등에 따라 더 높은 위험등급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 앞서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한 국고채 30년물 액티브 ETF는 2022년 8월 위험등급 5등급에서 2026년 8월 3등급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투자자가 상품을 매매하는 시점부터 보유하는 기간까지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 체계를 손질할 방침이다. 내년 1월부터 매매 화면과 매매 가능 상품 검색 화면에 투자한도와 위험등급을 동시에 표시하고,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제안서에도 위험등급을 병기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입자가 보유한 상품의 위험등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적립금운용현황보고서 양식도 개정한다. 일부 사업자는 전산 개발 일정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에게 투자한도만으로 상품을 판단하지 말고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제안서에서 위험등급을 함께 확인할 것도 당부했다. 상품제안서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금리가 높은 순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은 사업자가 판단하는 우수상품 순으로 배열되기 때문이다. 보유 상품의 위험등급도 정기적으로 확인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상품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내 연금까지 건드린다고?" 시민들 반응 심상치 않더니…개편 움직임에 대규모 시위 나선 스페인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개선으로 가입자에게 상품의 위험도를 적시 제공하는 한편, 오는 11월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발간해 생애 주기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가입자의 중장기 안정적 자산운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